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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타이거 우즈에 열광할까..역사를 함께 만드는 팬들

주영로 기자I 2019.04.15 00:30:00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3라운드 1번홀에서 타이거 우즈가 아이언샷으로 그린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오거스타(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수만 골프팬들이 일제히 ‘타이거’를 외쳤다. 왜 팬들은 우즈에게 열광할까. 마스터스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미국)의 경기를 따라가 그 이유를 찾아봤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마스터스 3라운드. 현지시간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우즈가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섰다. 경기 시작 10분 전이었지만, 벌써 수천 명의 갤러리가 우즈의 주변을 둘러쌌다.

우즈가 몸을 풀자 휘파람을 불기도 하고, “고(go), 타이거”라고 외치며 연호하는 팬들이 점점 늘어났다. 미국프로골프투어에선 흔한 광경이다. 2시15분 드디어 3라운드가 시작됐다. 우즈가 힘차게 티샷을 했다. 공이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지자 팬들의 함성은 더 커졌다.

1번홀을 지나 2번, 3번홀을 향할수록 팬은 더 많아졌다. 5번홀(파4)에서 보기를 한 뒤 6번홀(파3)에서 버디가 터지자 함성을 듣고 팬이 더 몰려들었다. 이어 7번홀(파4)에서 또 하나의 버디가 나왔고, 8번홀(파5)에서 3개 홀 연속 버디에 성공했다. 경기 시작 1시간여 만에 처음보다 2~3배 많은 팬이 우즈를 뒤쫓기 시작했다.

홀을 거듭할수록 우즈의 경기를 제대로 관전하기 위해선 3가지가 필요함을 알게 됐다. 첫 번째는 빠른 걸음, 두 번째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세 번째는 망원경이다.

팬은 우즈의 샷이 끝나면 곧바로 이동을 시작한다. 동반자가 칠 차례지만 기다려주지 않는다. 빨리 이동해 다음 샷을 할 장소에 가 있거나 혹은 그다음 홀로 이동해 자리를 잡고 기다려야 제대로 경기를 볼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심지어 어떤 팬은 한 곳에 자리를 마련해두고 몇 시간씩 우즈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경기 내내 수백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우즈의 뒷모습만 볼 수밖에 없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도 우즈의 경기를 제대로 관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티샷, 아이언샷, 퍼트 등 어떤 장면을 볼 것인지 미리 정해 놓고 이동하면서 자리를 잡으면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있다. 예를 들어 2번홀에선 퍼트하는 장면을 봤다면, 4번홀이나 5번홀 티잉 그라운드로 이동해서 자리를 잡고 기다려 티샷을 보는 게 편하다. 워낙 많은 팬들이 뒤쫓고 있기에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1홀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다.

망원경을 준비하면 조금 더 여유 있게 경기를 볼 수 있다. 그린에 앉아 기다리면서 페어웨이에서 샷을 하는 모습이나 페어웨이에서 티샷을 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이미 이런 상황을 잘 아는지 팬들은 목에 망원경을 걸고 다녔다.

우즈는 몰려드는 팬들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8번홀 이후 버디 행진이 멈췄던 우즈가 13번홀(파5)에서 다시 팬들을 열광시켰다. 잠시 멈췄던 버디가 다시 나왔다. 이후 15번홀(파5)과 16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가 나오자 팬들은 골프장이 떠나갈 듯 소리를 쳤다. 우즈는 함성을 즐겼다. 많은 팬이 몰려 있는 곳에선 세리머니가 더 커졌다. 16번홀에서 버디를 하고는 몸을 미리 움직이며 홀 앞으도 다가섰다. 우즈가 발을 떼자마자 함성을 더 크게 울렸다. 팬을 단숨에 사로잡는 매력, 팬을 압도하며 이끄는 힘 그리고 팬들이 원하는 걸 해내는 능력. 그게 바로 우즈를 슈퍼스타로 이끈 비결 중 하나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우즈를 뒤쫓는 팬들은 그의 행동, 표정, 심지어 숨소리 하나에도 열광했다. 마치 팬들은 우즈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듯 그의 샷 하나에 열광했다. 팬들이 원하는 건 무조건 우승이 아니었다. 그보다 그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우즈는 기록의 사나이다. PGA 투어 통산 80승을 올렸고, 그 중 14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기록했다. 2승만 추가하면 최다승 타이기록을 쓰게 되고, 메이저 대회 4승을 추가하면 잭 니클라우스와 타이를 이룬다. 반드시 새로운 역사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우즈가 걸어온 길은 모든 게 역사였다.

팬들은 그 현장에서 역사의 증인이 되고 싶어 한다. 우즈가 세운 기록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환호하며 우즈가 새 역사를 만들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우승하지 못한다고 해서 역사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우즈는 올해도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마스터스에 20번째 출전했고, 그가 남긴 성적은 고스란히 역사로 남게 된다. 팬들도 그걸 안다. 우즈 자신도 팬들의 기대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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