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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쳐도 잘 친게 아니에요"..KB금융 열린 블랙스톤 코스 어땠길래

주영로 기자I 2023.09.11 00:10:00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열린 블랙스톤 이천GC
무더위, 잦은 폭우에 잔디 상태 안 좋아 선수들 하소연
"페어웨이 쳐도 공이 놓인 상태 확인해봐야"
"한 대회 치렀는데 2~3개 대회 끝낸 것 같아"

유소연이 9일 열린 KLPGA 투어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3라운드 경기 도중 러프에 잠긴 공을 쳐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이천(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잘 쳐도 잘 친 게 아니에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로 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을 끝낸 선수들 사이에 한숨이 쏟아졌다. 기대만큼 따라 주지 못한 코스 때문이다.

10일 경기도 이천시 블랙스톤 이천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합계 2언더파 286타를 친 박지영(27)이 유일하게 언더파를 적어내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컷오프를 통과한 74명 중 73명은 오버파를 기록했다. 27위부터 74위까지 48명은 두자릿수 오버파를 쳤고, 최하위 이나경은 무려 30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올해 열린 KLPGA 투어 대회 중 오버파를 적어낸 선수가 가장 많이 나온 대회가 됐다.

73명이나 오버파를 적어내는 불명예 성적이 나온 이유는 까다로운 코스 탓도 있지만, 코스 상태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은 평소에도 난도가 높아 까다로운 코스로 악명이 높다. KLPGA 경기위원회 따르면,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러프를 80mm로 세팅하려 했으나 날씨의 영향으로 최대 90mm까지 조금 더 길어 난도가 더 높아졌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스 상태가 선수들을 더욱 고전하게 했다. 페어웨이는 듬성듬성 잔디가 없는 곳이 많았고, 그린 주변의 잔디 상태도 안 좋았다. 게다가 그린은 경사가 심한데도 단단한 편이어서 버디가 많이 안 나왔다.

코스 상태가 나빠진 이유는 잔디의 품종과 날씨의 영향 때문이다.

블랙스톤 이천 골프클럽의 페어웨이와 러프에는 한지형(양잔디)의 일종인 켄터키블루그래스를 깔았다. 사시사철 색이 푸르고 푹신한 느낌으로 샷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날씨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온도와 습도에 약하다. 서늘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저온성 식물인데, 올해처럼 고온다습한 날씨에서는 성장이 느려지거나 멈추는 특성이 있다.

이상 기온이 이어진 탓에 코스 곳곳의 잔디가 죽거나 덜 자라면서 예년과 비교해 좋은 상태를 유지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날씨 탓에 코스관리의 어려움을 있었음을 이해했다. 다만, 이런 상태에서 다른 조치도 없이 메이저 대회를 치러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웠음을 골프장 측도 알아주기를 바랐다.

경기를 끝낸 A 선수는 “코스 상태가…”라고 말을 흐른 뒤 “티샷을 잘해도 공이 잔디가 없는 곳에 놓이거나 심하게는 거의 맨땅인 곳도 있었다. 잘 쳐도 잘 친 게 아니었고, 공이 페어웨이에 떨어져도 안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꾸 안 좋은 상황에서 경기해야 하니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많고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서 경기해야 했다”라며 “한 대회 치렀는데 2~3개 대회를 뛴 것보다 더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골프 코스에서 페어웨이와 러프를 구분하는 이유는 잘 쳤을 때는 그에 따른 보상을 받고, 실수했을 때 위험 감수이 따라 변별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그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경기를 끝낸 뒤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나온 B 선수도 “너무 어렵네요”라고 고개를 저은 뒤 “공략하는 대로 잘 되지도 않았지만, 공략을 잘해도 어려웠다. 코스의 난도 자체가 높기도 했지만, 코스의 상태가 안 좋아서 어려운 경기를 해야만 했다”라고 무사히 대회를 끝낸 것에 만족해했다.

나흘 내내 선수들과 함께 했던 C 관계자는 선수들을 지켜보며 안쓰러워 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선수가 부상의 위험까지 호소했다”라며 “코스 상태가 안 좋은 데 러프마저 길어서 경기를 끝낸 뒤엔 손목에 테이핑을 하거나 찜질하는 선수도 있었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 대회 관계자는 “무더위와 잦은 폭우 등 이상 기온이 이어지면서 골프장 측도 코스를 관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라며 “코스에 식재된 켄터키블루그래스 잔디가 유독 습도에 약한데, 올해 유난히 무더웠던 데다 습도가 높은 날이 많아서 잔디가 잘 자라지 못했다”고 대변했다.

나흘간의 경기를 끝내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C 선수는 “그래도 잘 끝내서 다행”이라며 “다음에는 좋은 코스에서 경기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내년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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