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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메이저 제패한 켑카, 무릎 부상 딛고 사냥꾼 본능 ‘활활’(종합)

주미희 기자I 2023.05.23 00:00:00

개인 통산 5번째 메이저 우승…PGA 통산 9승째
남자골프에서 메이저 5승 거둔 20번째 선수
현역 중 우즈·미컬슨 이은 세 번째 메이저 최다승
2년 전 무릎 수술 이후 첫 메이저 우승 ‘의미’
“LIV 골프에 의미 있지만 개인에 집중하고 싶다” 일축
투어 프로 아닌 블록은 홀인원 기록해 ‘화제’

브룩스 켑카가 22일 열린 남자 골프 두 번째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사진=AP/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미국 남자프로골프투어(PGA) 역사상 20번째 메이저 대회 5승. 현역 선수 중 타이거 우즈(미국·15승), 필 미컬슨(미국·6승)에 이은 메이저 대회 최다승. 브룩스 켑카(33·미국)가 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쏟아낸 대기록들이다.

‘메이저 사냥꾼’ 켑카가 남자골프 2023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총 상금 1750만 달러)을 제패했다. 켑카는 2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힐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 합계 9언더파 271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과 2019년에 이은 개인 통산 세 번째 PGA 챔피언십 우승이다. 켑카는 이번 우승으로 잭 니클라우스와 월터 헤이건(이상 5승), 우즈(4승)의 뒤를 잇는 대회 최다승 보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동시에 PGA 투어 역사상 20번째로 메이저 5승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메이저 대회 5승은 ‘골프 전설’로 꼽히는 세베 바예스테로스, 바이런 넬슨과는 동률, 현역 선수 중에선 우즈, 미컬슨의 뒤를 잇는 대기록이다.

켑카는 우승 상금 315만 달러(약 41억 6000만원)와 함께 4대 메이저 중 가장 무거운 우승 트로피인 ‘워너메이커’를 들어 올렸다. 그는 “메이저 대회에서 이렇게 많이 우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2년 전을 돌아보면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행복할 뿐이다. 부상과 싸우면서 스스로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나를 위한 우승을 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켑카의 강력한 우드 티 샷(사진=AP/뉴시스)
메이저 우승률 22.7%…올해 번 상금만 159억원

켑카는 PGA 투어 통산 9승 중 5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차지했다. 그에게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유다. 2017년부터 이번 대회까지 22차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5승을 거뒀다. 이 기간 우승 확률은 무려 22.7%나 된다. AP통신은 “지난 75년 동안 우즈,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닉 팔도, 벤 호건 등 골프 전설들만 넘은 수치”라고 전했다.

켑카는 이 같은 ‘메이저 사냥꾼’ 본능에 대해 “원시인처럼 골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내 골프는 아주 단순하다. 그저 볼을 치고 다시 그 볼을 찾아가 칠 뿐”이라며 “최대한 좋은 곳으로 공을 보내려는 기본적인 플레이가 메이저 대회에서 잘 통한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켑카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 달 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존 람(스페인)에게 당한 역전패의 아쉬움도 씻어냈다. 이번 대회 내내 “마스터스 역전패와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는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최종 라운드 초반 2~4번 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렸다.

6, 7번홀 연속 보기로 전반에 1타를 줄이는 데 그친 켑카는 16번홀(파4)에서 쐐기를 박았다. 같은 조의 호블란이 티 샷을 벙커에 빠트린 뒤 고전하다가 네 번째 샷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려 더블보기를 적어낸 사이 켑카는 두 번째 샷을 핀 1m 거리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 순식간에 4타 차를 만들었다.

올해 두 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기록한 켑카는 다음 달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엔젤레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 US오픈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진다.

2년 전 무릎 수술을 받고 더이상 PGA 투어에서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한 켑카는 지난해 6월 리브(LIV) 골프로 이적했다. 엄청난 상금을 쫓아갔다는 비난 여론이 따르기도 했지만 PGA 투어보다 대회 숫자가 적고 3라운드만 경기하는 LIV 골프는 부상 회복과 경기 감각을 끓어올리기는 기회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켑카는 한결 나아진 무릎 덕분에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 473만 4000달러를 벌어들인 켑카는 LIV 골프 6개 대회에서 1승을 포함해 총 720만 9000달러 상금을 획득했다. 총 상금 규모는 1194만 3000달러(약 158억 9000만원). 다만 켑카는 LIV 골프에서 활동 중인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지금은 나 자신에 더 관심이 있다”며 “LIV 골프에는 큰일이지만 나는 PGA 챔피언십에서 개인 자격으로 경쟁했다.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어 행복할 뿐”이라고 했다.

챔피언 퍼트 후 기뻐하는 켑카(사진=AP/뉴시스)
‘홀인원’ 레슨 프로 블록, 생애 최고의 날

우승자인 켑카 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참가자도 있다. 바로 캘리포니아주 아로요 트라부코 골프클럽의 헤드 프로인 마이클 블록(미국)이다. 블록은 PGA 투어 최고 스타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함께 경기를 펼쳐 15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그는 홀인원을 하고도 1타를 잃었지만 공동 15위(1오버파 281타)로 대회를 마치며 내년 출전권을 예약했다. PGA 챔피언십을 주관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15위 안에 든 선수들에게 이듬해 대회 출전권을 준다.

메이저 대회에서 홀인원에 성공한 블록은 “내 인생에서 가장 초현실적인 순간”이라며 “대회 기간 내내 나는 꿈속에 있었고 매 순간을 즐겼다. 이보다 좋은 순간은 없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블록은 PGA 챔피언십이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20명을 미국 내 클럽 프로에 배분한 덕분에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골프장에서 헤드 프로로 45분간 개인지도를 해주며 레슨비로 125달러(약 17만원)를 버는 블록은 이번 대회에서 29만 달러(3억8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한편 스코티 셰플러는 호블란과 함께 공동 2위(7언더파 273타)에 올라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공동 4위(3언더파 277타),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공동 9위(1언더파 279타)를 기록해 마스터스에 이어 메이저 두 대회 연속 LIV 골프 선수 세 명이 톱10에 진입했다. 매킬로이는 공동 7위(2언더파 278타)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컷 통과에 성공한 이경훈(32)은 공동 29위(5오버파 285타)에 자리했다.
홀인원 후 매킬로이(왼쪽)에 축하받는 블록(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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