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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24일 SBS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방영되며 KBS 2TV '바람의 나라'와 MBC '베토벤 바이러스'간의 드라마 삼국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수목드라마 경쟁구도에 대해 한 방송국 드라마 국장은 "혈전"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치열한 상황이다. 세 편의 드라마 중 어느 한 편도 '밀리는 구석'이 없는 각사의 기대작이라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방송사의 혈전이 달갑기만 하다. 각 방송사의 기대작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올 가을 시청자들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줄 세 편 드라마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봤다.
◇'바람의 나라'...'사극 드림팀' 신뢰감 '강점', 참신성 결여 '약점'
현재 방송가에서 꼽는 '바람의 나라'의 가장 큰 장점은 사극 드림팀이 만나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고 있는 강일수 PD는 2000년부터 약 3년간 '태조왕건'의 야외연출을 통해 실력을 다진 뒤 2006년 '해신'으로 KBS 내 '사극 전문 PD'로 입지를 굳혔다. 또한 극본을 쓰고 있는 정진옥 작가는 '해신'을 통해 강 PD와 호흡을 맞췄고 박진우 작가는 지난해 '한성별곡 정'을 통해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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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무휼 역에 송일국 역시 사극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다. '해신'을 통해 사극의 맛을 익힌 송일국은 MBC 드라마 '주몽'에서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 역을 맡아 시청률 40% 돌파를 견인했다. ‘태조왕건’, ‘해신’, ‘불멸의 이순신’ 등의 인기사극을 만들었던 KBS만의 사극 연출 노하우는 ‘바람의 나라’의 또 다른 경쟁력 중 하나다. 게다가 중국 로케이션을 통해 스케일이 큰 전쟁신을 담아낸 점은 남성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또한 김진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만큼 탄탄한 내러티브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 역시 ‘바람의 나라’가 지닌 강점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바람의 나라’는 역으로 ‘주몽’ 2편이라는 오해를 살 만큼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초반 스토리의 전개와 캐릭터들의 배치가 ‘주몽’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특히 무휼 역을 맡은 송일국이 ‘주몽’에서 보여줬던 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시청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매번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에게 ‘바람의 나라’는 자칫 ‘주몽’의 KBS 버전으로 보일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바람의 나라’가 수목극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베토벤 바이러스'...맞'바람' 사극 속 현대물의 신선함, 내러티브 빈약 단점도
동시간대 경쟁작인 KBS 2TV ‘바람의 나라’와 SBS ‘바람의 화원’이 사극이라는 익숙한 장르를 취하고 있다면 ‘베토벤 바이러스’는 일단 소재적인 측면에서 새롭고 신선하다. 그동안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클래식 음악’과 ‘오케스트라’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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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는 실력은 최고지만 성격이 괴팍한 지휘자 강마에(김명민 분)가 저마다 사연을 지닌 오케스트라 단원을 만나 서로 갈등하고 부딪히는 과정 속에 드러나는 휴머니티를 그렸다. 특히 오만함으로 무장한 채 실력이 인격이라고 생각하며 단원들에게 온갖 독설을 퍼붓는 ‘강마에’의 모습은 그 자체가 한국드라마에서는 파격적인 인물이다. ‘다모’를 연출했던 이재규 PD는 김명민의 완벽한 연기로 완성된 ‘강마에’를 극의 중심에 놓고 인물간의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통해 드라마를 입체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하지만 ‘베토벤 바이러스’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인 내러티브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바람의 나라’와 ‘바람의 화원’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서사구조가 있는 대신 ‘베토벤 바이러스’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강마에의 갈등이 폭발하고 봉합되는 과정이 일종의 시트콤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도 팬이 많은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의 비교 역시 ‘베토벤 바이러스’가 지닌 약점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지속적으로 ‘베토벤 바이러스’가 ‘노다메 칸타빌레’와 유사한 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클래식과 오케스트라라는 소재만 같을 뿐 스토리 전개와 극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바람의 화원'...박신양·문근영 효과 '톡톡', 후발주자 한계극복이 과제
‘바람의 화원’은 지난 해 SBS ‘쩐의 전쟁’으로 환상의 콤비를 과시한 장태유 PD와 박신양이 다시 손을 잡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또한 ‘국민 여동생’으로 또래의 어느 배우보다 인지도가 높은 문근영이 남장여인인 신윤복 역으로 5년 만에 TV 드라마에 출연하는 점 역시 화제를 모으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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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의 장점은 일단 이정명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이 꼽힌다. 조선시대 천재화가 신윤복이 남장여인이었다는 설정 하에 당대의 또 다른 천재화가였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인연을 소재로 한 ‘바람의 화원’은 국내의 팩션 소설 중 남다른 완성도를 갖춘 작품으로 평가를 받았다. 이를 드라마로 옮기는 만큼 스토리텔링 자체가 다른 드라마에 비해 탄탄하다는 것. 주인공 김홍도 역을 맡은 박신양은 “사제지간으로 시작한 김홍도와 신윤복의 사이가 여러 관계로 변화되는 그 과정 자체가 어느 스토리보다 극적이다”며 드라마의 성공을 자신했다. 또한 미술을 전공한 장 PD답게 드라마의 화면에도 정성을 쏟아 영상미 측면에서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바람의 화원’은 '바람의 나라'와 '베토벤 바이러스'에 비해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즉 두 편의 드라마에 일정부분 시청자들을 빼앗긴 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밖에 촬영이 지연되고 있는 점 역시 ‘바람의 화원’의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4월말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지만 방영직전까지 총 20회 중 완성된 회가 5회 정도에 불과하다. 촬영 시간에 쫒길 경우 극의 완성도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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