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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還生, 김광석]①김광석, 21년만에 다시 말을 걸다

이정현 기자I 2017.01.06 06:30:00
가수 김광석의 대역을 맡은 배우 노희석이 소극장 학전에서 기타를 메고 노래를 하고 있다. ‘환생’ 제작진은 그에게 1996년의 김광석을 연기해달라고 주문했다. 고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해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꼭 21년 전 오늘, 세상을 떠난 가수 김광석이 말을 걸었다. 청바지에 낡은 구두, 주름 많은 개구진 미소와 통기타, 하모니카까지 그대로다. ‘노래하는 시인’으로 불렸던 그가 21세기 디지털 방송기술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8일과 29일 KBS1에서 방송한 2부작 다큐멘터리 ‘감성과학 프로젝트 환생’(이하 환생)은 노래하는 김광석을 되살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질문을 했다. “안녕하실테죠?”

‘환생’으로 다시 태어난 김광석은 21세기 디지털 방송기술의 집약체다. 제작진은 얼굴과 체격이 비슷한 배우를 찾아 ‘김광석이 되어 달라’고 주문했다. 메이크업부터 시작해 세밀한 특수분장 기술을 동원했다. 이후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고인의 표정과 입모양을 덧입혔다. 무대 위에 올랐을 때는 홀로그램을 이용했다. 목소리는 남아 있는 육성파일을 이용해 ‘말뭉치’를 뽑았다. 고인이 남긴 메모와 일기장에 적힌 단어들을 이용해 현재를 살았으면 했음 직한 말을 대본에 썼다.

되살아난 김광석은 팽목항과 구의역 등 이 시대 아픈 청춘의 현장을 걸었다. 그리고 “이 시대의 감정이 기억되어 있는 장소라고 하더군요”라며 그곳에 적힌 청춘의 메시지를 읽었다. “노래라는 게 상처받은 사람들을 부드럽게 감싸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슬픔을 기억하고 있을게요”라고 읊조렸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전인태 KBS PD는 “김광석이 현재를 살았다면 어떤 질문을 했을까를 고민했다”며 “청년으로 살며 청춘에 대해 노래했던 만큼 누구보다 아픔의 정서를 표현할 수 있을거로 봤다”고 말했다.

환생
‘환생’은 발로 뛰어 만든 방송 콘텐츠다. 제작진은 남아 있는 고인의 자료를 수집하고 유족 및 친지를 만났다. 전인태 PD는 가수이자 김광석의 친구인 박학기를 ‘박학기 형님’이라 불렀다. 다섯 번 넘게 만나며 술잔도 기울이는 사이가 됐다. 그렇게 모은 데이터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했다. 홀로그램 제작에만 2억 원을 투자했다. 전 PD는 “발달한 디지털 방송 기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김광석이라는 사람이 주는 감성에 주목했다”며 “‘감성’과 ‘과학’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로 묶여야 한다”고 말했다.

‘알파고’ 시대의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다. ‘환생’은 발전한 디지털 기술력을 자랑하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방점이 찍혔다. 제작진은 “기술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명제를 따랐다.

“‘환생’은 디지털 시대에 공영방송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그동안 방송 자료화면이나 음성 파일로만 남아있는 ‘가수 김광석’을 디지털 방송 기술로 되살려 그만의 아카이브를 완성했습니다. 외부의 도움 없이 KBS의 자체 역량으로 완성했기에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환생’은 디지털 방송기술을 어떻게 아날로그에 접목할까에 서 시작한 실험이자 성공적인 결과물이죠.”

KBS는 ‘환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에 긍정적이다. 김광석을 시작으로 매년 새로운 인물을 조명할 계획이다. 프로그램 준비기간만 1년이 걸렸던 만큼 자주 방송하기 어렵다. 2부 방송 말미 최진실, 신해철, 이주일, 배호 등 우리가 사랑했던 대중문화예술인의 생전 모습을 예고 영상처럼 담았다. 누구를 되살려낼 것인가는 앙케트를 통해 결정한다. 빠르면 올 연말에 두 번째 ‘환생’이 방송한다.

다가오는 설 연휴에는 ‘환생’ 디렉터스컷이 전파를 탄다. 방송에 미처 실리지 못했던 장면이 포함된다.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줄 방송 제작과정도 담긴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복원한 고인의 노래하는 모습과 목소리로 현재와 소통했다는 점을 눈여겨 볼만 하다”고 ‘환생’을 평가했다. “3자의 말을 빌려 추모하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이 아닌 현재로 되살려 직접 고인이 하는 말을 들어보려 한 것이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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