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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구로다, 카프의 눈물을 닦아주다

정철우 기자I 2014.12.27 10:54:49
양키스 시절의 구로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구로다가 돌아온다. 그의 상징과도 같은 번호 15번을 달고.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 카프는 27일 “뉴욕 양키스에서 FA가 된 구로다 히로키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구로다는 지난 시즌 뉴욕 양키스에서 11승9패 평균자책점 3.71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FA 자격을 얻자 많은 팀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미 내구성과 안정성이 확인 된 투수는 세계 어느 곳에서건 환영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구로다의 선택은 명료했다. 히로시마 복귀. 일본으로 돌아가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그가 택할 곳은 히로시마 카프 단 하나 뿐이었다. 일본 투수가 일본으로 가는 것임에도 기사를 ‘돌아온다’라고 표현하고 싶어진 이유다.

구로다의 등번호는 두말 할 것 없이 15번이 된다. 15번은 그와 히로시마 팬을 연결하는 두터운 고리였기 때문이다.

구로다는 히로시마 소속이던 2006년 시즌 중 FA자격을 얻었다. 그가 만년 하위팀이자 가난한 시민 구단을 벗어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홈 마지막 등판 때 그의 마음을 돌려 놓는 대 사건이 벌어졌다.

히로시마 팬들은 그의 등번호인 빨간색 15번이 적힌 카드로 구장을 빨갛게 물들였다. 대형 플래카드엔 ‘우리는 함께 싸웠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미래에 빛나는 그날까지. 그대가 눈물을 흘린다면 그 눈물이라도 되어주겠다. 카프의 에이스 구로다 히로키’라고 쓰여 있었다.

구로다가 ‘생애 히로시마 맨’을 결정한 순간이었다.

구로다는 히로시마와 FA 계약을 한 뒤 1년을 더 뛰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힘이 남아 있다면 언젠가 일본에 돌아와 공을 던지겠다. 그 팀은 히로시마”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8년만에 약속을 지켰다.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은 곧 히로시마 입단을 의미했다. 구단은 기다려왔던 15번을 그에게 돌려줬다.

구로다가 메이저리그서 거둔 성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LA 다저스(2008~2011)와 뉴욕 양키스(2012~2014)에서 7년간 활약하며 통산 79승79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따냈고 2012년에는 개인 최다승인 16승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메이저리그 대표 명문 구단인 다저스와 양키스도 그가 속해 있을 때는 전력이 매우 약했다. 그래서 더 빛나는 성적이었다.

시즌 뒤 구로다는 약 1년 200억원 수준의 계약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힘이 남아있을 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위해 그는 다시 히로시마의 빨강 유니폼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의 눈물까지 되겠다던 팬들이 그를 떠나보내며 흘렸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15번’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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