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시즌이 한창이던 어느날 이야기다. 경기 전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SK 박재홍이 잠시 후배 선수들의 훈련을 바라보다 이렇게 말했다.
"어휴, 내가 봐도 우리 애들은 무서워요. 한번 헛점이 보이면 다같이 달려들어서 물어 뜯는다니까요. 상대 팀이 얼마나 징그럽겠어요."
그는 조금 더 말을 이어갔다. "보기엔 별 것 아닐 것 같아도 다같이 힘을 모아서 공격하니까 무서울 거에요. 머리도 잘 쓰고. 두산처럼 야구 잘하는 팀들이 사자라면 우리는 하이에나에요. 하이에나."
그때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장 김원형이 입을 열었다. "너 그거 아냐. 동물의 왕국 보면 하이에나가 사자 이긴다. 하이에나 떼가 달려들면 사자가 사냥한거 두고 도망가더라고. 그래서 백수의 왕은 사자가 아니라 하이에나라고 하는 사람도 있대."
그리고 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짐을 챙겨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흘러 한국시리즈서 SK가 또 한번 두산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자 문득 그때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이에나와 사자의 관계를 찾아보니 당시 김원형의 말은 80% 정도만 정답이었다. 하이에나가 달려들면 도망가는 사자는 암사자다. 하이에나도 숫사자가 덤벼들면 뿔뿔이 흩어져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암사자가 하이에나 무리에 밀리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사자무리의 사냥을 암사자가 도맡아 하는 점을 감안하면 생존경쟁에서 하이에나가 사자에 앞서 있다는 표현도 틀린 것은 아닐 듯 싶다.
하이에나는 육식 동물 중 머리가 빼어난 축에 속하며 사냥할때 무리가 마치 한 마리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강점을 갖고 있다.
뜬금없이 동물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SK가 이제 아시아 정상을 위해 또 한번의 도전에 나서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상대해야 할 일본 대만 중국의 3개국 챔피언 팀의 마스코트가 모두 사자다. 특히 강력한 라이벌인 일본의 세이부 라이온즈는 스타일 자체에서도 사자의 풍모를 느끼게 한다.
미끈하게 뻗은 세련된 몸매와 강력한 파워, 거기에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팀의 명성까지. 사자와 가장 잘 어울리는 팀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세이부는 이미 자신들의 수중에 우승컵을 쥐고 있다고 생각할런지도 모른다. 대표팀은 몰라도 단일팀은 여전히 일본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 그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SK는 그런 세이부를 상대로 아시아 시리즈 우승컵을 놓고 한바탕 대결을 펼쳐야 한다. 전력상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슬몃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이에나를 연상시키는 SK의 '전원야구'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그들이 이미 여러차례 증명해보였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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