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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원장에 정연주 전 KBS 사장.."외부 압력 막아내겠다"

김현아 기자I 2021.08.09 18:30:35

정연주 "정치적 독립성과 심의업무 중립성 중요"
부위원장에 이광복 전 연합뉴스 논설주간
상임위원에 황성욱 전 방심위 상임위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정연주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9일 제5기 위원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KBS 사장을 지낸 정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정치적 독립성과 심의 업무의 중립성을 지켜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밖으로부터의 어떤 압력도 막아 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방심위는 총 9인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장에 정연주 위원,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에는 이광복 위원과 황성욱 위원을 각각 호선으로 선출했다.

정연주 위원장은 동아일보사 기자로 입사하여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KBS 사장, 건양대 총장 등을 역임한 바 있으며, 이광복 부위원장은 연합뉴스 논설주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자문특별위원,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제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황성욱 상임위원은 법무법인 에이치스 대표변호사,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와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등의 직을 수행했다.

(왼쪽부터)옥시찬 위원, 윤성옥 위원, 이상휘 위원, 이광복 부위원장, 정연주 위원장, 황성욱 상임위원, 김유진 위원, 정민영 위원, 김우석 위원
회의 전경


아래는 취임사 전문


존경하는 위원님,

그리고 ‘코로나19’로 이렇게 비대면으로 첫 인사를 나누게 된 사무처 직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저는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잘 아시는 대로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출범하기까지 6개월여의 공백이 있었습니다. 그 공백으로 인해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여러 사회적 대가를 치르게 된 데 대해 먼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지난 6개월의 공백 기간 동안, 정치적 공방도 있었고, 제도적 미비점도 노출되었으며, 또한 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저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늘 마음의 문을 열고 경청해 왔으며,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찰의 기회로 삼아 왔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저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해 나갈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특히 사무처 직원 여러분께, 6개월여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실하게 맡은바 소임을 다해 오신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앞선 4기와 이번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범에 앞서 각각 7개월, 6개월의 공백이 발생하게 만든 제도적 미비점도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방심위는 민간 독립기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과 정보통신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내용이 정확한지, 공정성과 공공성, 객관성을 유지하는지, 공적 책임을 다하면서 품격과 품위를 유지하는지, 우리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는 않는지, 이를 심의하고, 잘못이 있다면 규제하는 민간 독립기구입니다.

특히 방송과 정보통신이 우리 생활에서 압도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더욱이 혁신적인 새 기술과 융합하면서 온갖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책무와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엄중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방송심의’ ‘통신심의’ 관련 현행 법령과 규정은 분명하고도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방송은 진실·공정해야 하며,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고, 방송 내용이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통신에 유통되는 내용 역시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본원칙으로 규정하고 범죄, 선량한 풍속, 사회질서 위반 등 우리 사회에 해를 끼치는 정보에 대해서는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공간에는 디지털 성범죄 정보, 청소년에게 해로운 정보 등 우리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정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심의와 규제가 절실한 시대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방송과 정보통신의 규범들이 규정한 책무와 사회적 가치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행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는 규제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늘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뿌리입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거짓과 편파, 왜곡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서는 방송과 정보통신 법령과 기준을 통해 우리 위원회에 주어진 책무를 주저함 없이 다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6개월간의 공백 기간 동안 표현의 자유 행위를 가장한 각종 일탈과 방종, 불법 유해 정보에 대한 민원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지난 7월 말 현재, 방송심의 분야에 9,619건, 통신심의 분야에 15만2,537건이 쌓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마침내 삶의 의지조차 앗아가는, 그래서 무엇보다 신속한 대응이 절박한 디지털 성범죄 정보에 대한 심의까지 지연되었습니다.

“공백으로 적체된 업무 조속히 처리할 것”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상적인 업무 처리와 함께 그동안의 공백으로 인해 적체된 업무를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연말까지는 적체 업무를 모두 해소하여 위원회의 정상화를 이루는 한편,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 위원회가 감당해야 하는 책무와 공적 가치를 구현해 나갈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내부의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위원님들의 경륜과 지혜, 그리고 우리 사무처 구성원 여러분들의 전문성과 경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전례가 없는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초래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사태를 겪으면서 방역 정책과 백신 접종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른바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조작정보, 혐오 표현이 무분별하게 유통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위원회가 감당해야 하는 보다 포괄적인 책무와 과제가 무엇인지,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 방안이 무엇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도박, 마약, 음란물 등 각종 불법 정보,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과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각종 유해 정보, 개인의 인간적 가치를 말살하는 디지털 성범죄 정보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호하며 피해자의 삶을 보호해주는 것 또한 우리 위원회의 중차대한 핵심 과제 중 하나입니다.

“정치적 독립성, 심의 업무 중립성 중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과 심의 업무의 중립성을 지켜내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밖으로부터의 그 어떤 압력도 막아 내겠습니다.

저와 함께 하는 심의 위원님들은 모두 각계 전문가로서 학식과 덕망이 높은 분들이라 우리 위원회의 독립성, 심의 업무의 중립성을 지켜내는 일에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 위원회는 아홉 분의 위원들이 두루 서로 존중하고, 상대를 인정하면서 대화와 논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가는 합의체 기구입니다.

이를 통해 집단의 지혜와 지성이 모이고, 그래서 항상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아름다움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 위원님들의 경륜과 지혜, 사무처 구성원 여러분들의 전문성과 경험에 대한 무한의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8월 9일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정 연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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