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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감독·상장폐지 우려 줄여줄게”…기업 달래기 나선 금융당국

이명철 기자I 2019.03.12 17:15:01

회계 개혁 과정서 부담 완화 위한 감독지침 등 제시
감사의견 비적정이어도 상장 유지토록 제도 개선
“갑을 인식 버려야”…감리선진화 등 추가 방안 발표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원칙 중심의 회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투자지분의 공정가치 평가에서 예외를 인정하거나 외부감사인의 기업 자문의 기준을 제시해 회계처리에서 겪는 어려움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외부감사 강화에 따른 상장폐지 조치 등을 개선하는 등 회계 개혁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업의 부담 줄이기에 나섰다.

◇ 제약·바이오 이어 추가 가이드라인 제시

금융위는 12일 ‘기업의 외부감사 부담 완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감사의견 비(非)적정 기업의 상장관리 제도 개선과 △비상장주식의 가치 평가 △경영진 회계 부정 대응 △감사인 재무제표 작성 개입 등에 대한 감독 지침을 발표했다.

감독지침이란 기업 회계처리에 대해 감독의 범위를 제시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기업이 일정 원칙 아래 자율적으로 판단케 한 국제회계기준(IFRS) 환경에서 사후 감독 체계가 혼란을 낳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이 내놓은 방안이다. 지난해 9월 제약·바이오 업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를 두고 자산화가 가능한 단계를 설정한 감독지침을 처음 제시한 바 있다.

이번 방안은 기업 지속성과 부담 완화에 초점을 뒀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감사의견 적정을 받지 못한 기업은 상장폐지 대상이 됐다. 지난해만 해도 15개의 기업이 증시에서 퇴출되자 기업들이 일제히 반발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감사의견 비적정이어도 상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장제도 개선은 거래소 소관으로 현재 다양한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이달 중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사인의 재무제표 작성 개입과 관련해서 기업 판단에 견해를 제시하거나 감사 관련 자료를 요구할 때 사유를 설명하는 것은 위반행위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재무제표를 대리 작성하거나 회계처리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이상 활발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작성 개입 금지 규정 위반을 이유로 아무 설명 없이 기업에 자료를 요구하면서 충돌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며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자료를 요청하면 조율이 쉬워져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이나 의견거절’ 사례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부감사에서 ‘디지털 포렌식’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공키로 한 것도 기업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통상 재감사 과정에서 회계 부정 확인차 용역을 의뢰해 실시하는 디지털 포렌식은 감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해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회계 부정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내부감사기구가 디지털 포렌식 조사가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토록 했으며 연내 가이드라인도 제시해 남용을 줄일 계획이다.

비상장주식에 대한 투자지분을 공정가치로 평가할 때 예외 사항을 둔 것도 벤처캐피탈(VC) 등의 부담을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 “회계기준 범위 내 가이드라인 지속 발굴”

이날 열린 간담회는 회계 개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감사비용 증가와 회계감독 강화 등에 대한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최근 표준감사시간 제정을 두고 회계업계와 기업단체 간 갈등이 불거지는 등 회계 이해당사자들인 감사인과 기업 간 잡음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감사인과 기업이 갑을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회계개혁을 위해 잘 협의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앞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회계기준에 대해 꾸준히 가이드라인을 제공해나갈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도 모두발언을 통해 “회계기준이나 법령 오해로 불필요한 마찰음이 생기지 않도록 감독지침이나 법령 해석을 적극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달 중 감리 선진화 방안과 제재양정기준 개선 방안을 추가로 발표해 기업 이해를 높임으로써 외감법 연착륙을 도모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위의 일방적인 감독지침 발표가 기업의 회계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회계감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독지침에만 의존해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기준을 제시하거나 해석한 것이 아니라 감독 업무의 지침을 마련한 것”이라며 “회계기준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앞으로 가이드라인을 계속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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