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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거세지는 中 자본의 한국기업사냥

채상우 기자I 2015.12.04 19:33:10

최근 5년간 국내 상장사 25곳에 3조원 투자
코스닥 상장된 중소·중견기업 투자 크게 증가
단순 지분참여→M&A 위한 지분 투자로 트렌드 변화
기술만 탈취하는 부작용 초래... 대응방안 마련 시급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중국 의류업체 랑시는 지난해 12월 국내 유아용품업체 아가방앤컴퍼니 지분 15.26%를 320억원에 매입하면서 사실상 주인이 됐다. 이후 아가방은 중국에 있는 월마트 400개 매장에 입점하는 등 중국시장을 발판으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주나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2월 드라마 ‘올인’과 ‘일지매’로 한류몰이를 했던 초록뱀(047820)미디어의 지분 31.43%를 120억원에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한달 만에 주가가 140% 오를 정도로 실적이 기지개를 펴고있다. 초록뱀미디어 역시 한류에 열광하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계획 중이다.

중국자본의 국내 기업사냥이 급증세다.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이 이뤄지면서 중국자본의 한국시장 공습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중국자본의 한국투자 현황 및 대응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중국정부의 투자절차 간소화와 한중 FTA 체결 등으로 향후 본격적인 중국자본 유입이 예상된다”며 “중국자본의 한국기업 투자 증가는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협이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10년에는 단순 지분참여 목적의 투자(79.3%)가 주를 이뤘던 반면 현재는 경영참여가 주요 목적으로 바뀌는 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 최근 5년간 중국자본 3조 유입

중국 자본은 최근 5년간(올해 9월말 현재) 25개 상장사와 7개 비상장사에 총 2조9606억원을 투자했다. 상장사 중 20개 기업은 코스닥 상장사로 성장가능성이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한국 주식·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 중 중국계 자금 비중은 2009년 각각 3.7%, 9.7%에서 2014년 31.9%, 46.5%로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중국 자본은 국내 인터넷, 게임, 한류와 관련된 업종에 투자가 많았다. 게임·인터넷 기업이 6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엔터테인먼트(5개) △IT(4개) △유통(3개) 등이 뒤를 이었다. 25개 상장사에 대한 투자목적을 살펴보면 12개는 경영참여(최대주주), 나머지 13개는 지분투자로 분류됐다.

정 교수는 “2010년만 해도 단순 지분투자의 비율이 79%, 경영참여(최대주주) 비율이 16%에 그쳤는데 지금은 지분투자 52.9%, 경영참여 47.1%로 그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한국직접투자 총액은 지난 1992년 1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억9000만달러로 연평균 37.6%씩 증가했다.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가운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부터 점진적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6.3%를 차지했다.

◇주가상승 ‘긍정적’…기술만 취득 후 법정관리 가는 폐해도 있어

중국자본의 투자소식에 따라 업체들의 주가상승이 뚜렷이 이뤄졌다. 유아용품 전문업체 아가방은 랑시 투자 이후 3개월 동안 130%의 주가가 상승했다.

부정적인 측면도 두드러지고 있다. 정 교수는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투자실패나 중국 최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업체 비오이(BOE)의 현대전자 LCD 사업부 ‘하이디스’ 인수 사례처럼 국내 기업 기술을 취득한 후 적극적으로 경영개선을 하지 않아 법정관리 수순을 밟는 사례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과 기술제휴를 하고 중국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것이 국내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유인책(인센티브)을 고려한 한중펀드의 설립, 한중일 전자상거래 단일화시장 합의에 기초한 온라인 수출입창구의 적극적 활용, 중국자본의 투자목적 구체화 및 실행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중국자본 유입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적절한 대응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4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중국자본의 한국투자현황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오른쪽)과 패널들이 중국 자본 유입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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