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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암호화폐 업권법' 국회통과 추진…속도내는 코인 대책

김인경 기자I 2021.06.03 19:30:00

김병욱 민주당 의원 "올 가을께 업권법 국회 통과될 것"
"특금법·전금법으론 규제공백 생기고 산업 육성 못해"
금융위도 논의과정서 적극 참여 의사…다음달 논의 본격화
금융위-암호화폐 거래소 비공개 간담회 '주무부처 행보'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이르면 올 하반기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권법’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관리와 감독을 맡은 금융위원회 역시 법안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기로 했다.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암호화폐 업권법이 새로 마련되면 투자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는 물론 암호화폐의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장려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정부가 그간의 입장과 달리 자칫 암호화폐 투자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읽혀 시장 과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금법·특금법으론 암호화폐 업권 다룰 수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함께 개최한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를 만드는 법’ 세미나에서 “올해 가을에는 암호화폐 업권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이나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일부 개정보다 독립된 업권법을 만들어 블록체인을 육성하는 동시에 투자자도 보호해 암호화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신고 등을 규율하는 특금법은 암호화폐 업권의 성장 속도와 견줬을 때, 부족한 점이 많다고 판단했다.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에 따라 암호화폐를 통해 국내 자금이 테러자금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법안이다. 특금법을 통해 암호화폐 관련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순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수억명의 투자자가 참여하고 거래하는 시장을 제대로 관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세미나에는 거래소 폐쇄나 시세조종 등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나와 더욱 적극적인 조치와 관련법 제정을 주문했다. 2018년 말 191억원의 자산을 보유했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제스트’는 한때 거래량 1위까지 기록한 대형거래소였지만 이듬해 8월 돌연 문을 닫았다. 당시 투자자들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찾을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려야만 했다. 피해자 대표는 이 자리에서 “법적 공백 탓에 거래소가 먹튀를 해도 면책권이 주어지는 상황과 다름없다”면서 “현재 수사를 의뢰해놓은 상태지만, 수사관들도 암호화폐를 잘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코인 발행사에서 근무했던 김모 씨(가명)도 불공정한 거래환경이 조성되며 코인발행사와 거래소, 자금운용사는 부당한 이익을 얻는 사이 개인투자자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발행사는 해외인 몰타에 재단을 설립하고 국제거래소에 코인을 상장한 후, 거래소와 담합해 거래가 활발하게 보이도록 해 최대 0.02달러에서 0.6달러까지 30배까지의 가격차이를 내며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수법을 썼다고 김씨는 고백했다.

거래소와 간담회 나선 금융위…주무부처 행보

김 의원은 암호화폐의 특성을 담은 업권법이 마련되면 거래소에 대한 규제는 물론,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가 없다보니 불공정행위나 시세조작 등도 사기죄로 들여다봐야 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업권법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은 장려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도 기대된다. 이미 프랑스나 홍콩의 경우 업권법을 제정한 상태이고, 일본 역시 자금결제법을 통해 암호화폐 업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민주당의 이용우·양경숙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업권법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당에서도 암호화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피해자를 최소화하고 거래소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업권법을 마련하면서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을 정부가 ‘장려’한다는 시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한 법조인은 “정부에서는 업권법 논의나 제정이 자칫 암호화폐 투자를 인정하면서 독려하는 것처럼 보일까 우려할 수 있다”라고 말했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금융위 관계자 역시 “제도화 과정에서 오해와 잘못된 시그널로 인해 시장이 과열되선 안된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다만 법안 논의 과정을 통해 이를 해소할 방안도 찾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입법 논의 과정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이 지혜롭게 나오길 바란다”면서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으며 논의과정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권법안들은 7월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산하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를 통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를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하며 주무부처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FIU는 오는 9월24일까지 개정된 특금법에 맞춰 신고를 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업계의 건의사항 등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중 특금법 신고 전제조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얻은 거래소는 20곳이 있다. 특히 이 중 4곳은 은행 실명계좌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FIU에 신고를 한 거래소는 아직 한 군데도 없다. 9월 24일까지 신고를 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만큼, 빠른 신고를 통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줄여달라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FIU는 거래소들이 자체 발행하는 코인에 대해 매매·교환 등을 중개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거래소의 시세조종 행위 역시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병욱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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