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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웅, 독직폭행 유죄…그날, 한동훈 사무실에선 무슨 일이

이성웅 기자I 2021.08.12 16:49:56

정진웅, 1심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
1차 압수수색 수확 없자 2차 압수수색 집행
허락 받고 휴대전화 사용하는 한동훈에 달려들어
정진웅 "증거인멸 시도 제지하는 정당행위" 주장
재판부 "미필적 고의에 의한 폭행…정당행위도 아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상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에게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과 함께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정 차장검사는 지난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압수수색하면서 물리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정 차장검사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 검사장의 신체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명백한 독직폭행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상해죄도 함께 적용하기엔 한 검사장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왼쪽)와 한동훈 검사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7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의 한 검사장 사무실에선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고 재판부는 어떤 이유에서 독직폭행을 유죄라 판단했을까.

한 검사장에 대한 2차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던 이날 정 차장검사는 장모 검사와 수사관들과 함께 오전 11시경 한 검사장 사무실에 도착했다. 당시 정 차장검사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취재원 강요미수 사건에 한 검사장이 연루됐다고 보고 수사 중이었다.

한달 전 1차 압수수색에서 수확이 없었던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당시 사용 중인 휴대전화에서 유심칩을 압수한 뒤 이를 공기계에 넣고 PC용 텔레그램과 메신저 인증을 받은 뒤 이 전 기자와의 대화내용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2차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한 검사장은 사무실을 나가려던 길에 수사팀과 마주쳤고 한 검사장은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압수수색 영장 집행 사실을 듣고 영장 열람을 요청했다. 사무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왼편에는 정 차장검사와 함께 간 장모 검사가, 오른편에는 한 검사장이 소파에 앉았다. 한 검사장은 필기구를 가져와 메모를 하며 영장을 열람했고 변호인 참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상황을 두고 한 검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가져올 수 있어 휴대전화는 테이블 위 보이는 곳에 올려뒀다”고 증언했다.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에게 사무실 유선전화로 변호인에게 연락하라고 했지만, 한 검사장은 변호인 전화번호를 확인해야 한다며 휴대전화 사용을 요청했다. 결국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락했다.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를 들고 화면을 터치하는 식의 조작을 몇 차례 하는 순간 정 차장검사는 “이러시면 안 된다”며 한 검사장에게 다가가 휴대전화를 확보하려고 했다. 한 검사장은 왼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뺏기지 않으려고 팔을 뒤로 뻗었고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을 누르고 팔을 뻗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고통을 호소했다. 두 사람은 ‘쿵’ 소리를 내며 소파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정 차장검사가 한 검사장 몸 위에 올라탄 채로 얼마간 접촉이 이어졌고, 동행한 수사관이 정 차장검사의 지시를 받고 휴대전화를 확보한 후에야 상황이 종료됐다.

정 차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2차 압수수색 수일 전 검찰에 조사받기 위해 출석한 한 검사장이 안면인식으로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잠금해제를 위해 화면을 터치할 일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압수 과정을 촬영한 영상에서 한 검사장이 비춰준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라는 문구가 떠 있다. 재판부 역시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정 차장검사는 고의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재판부는 “신체적 접촉 과정에서 동작을 중단하고 더 이상 물리적 접촉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신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검찰이 생긴 이래 이런 일이 없었는데 검사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고 그 위법성을 법원이 확인해 준 사건”며 “아무것도 아닌 사안을 이렇게 왜곡시킨 것에 대해서 법무부 관계자들의 명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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