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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전동화 전략 속도…"글로벌 퍼스트무버 도약"(종합)

송승현 기자I 2022.07.12 17:29:44

현대차 노사,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에 전격 합의
2025년 완공·양산 목표…기아 PBV 전기차 공장도 설립
"경영 위기 속 노사 상생 선택 의의…임금인상 이견 변수"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이 전동화 전환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 국내에 기아(000270)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기자동차 전용 생산공장 신설하는데 이어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도 새롭게 짓는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판도를 뒤바꾸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도약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美이어 국내에도 전기차 생산기지 구축

1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005380) 노사는 전날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임단협) 15차 교섭에서 국내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국내 공장 미래 투자 관련 특별 합의서’를 마련했다. 현대차는 국내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을 내년에 착공해 오는 2025년 완공과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의 차량 생산공장 신설은 지난 1996년 아산 차량 생산공장 이후 29년(완공 기준) 만이다.

현대차 노사의 이같은 결단은 전동화 전환 전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전기차 산업과 관련된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미국에서 먼저 이뤄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총 6조3000억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2025년 상반기 가동 목표인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는 연간 30만대의 전기차가 생산될 예정이다.

뒤를 이어 현대차그룹은 같은 달 국내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총 21조원을 들여 △전기차 생산 능력 확충 △전용 전기차 라인업 다양화와 부품·선행기술 개발 △인프라 조성 △전기차 관련 다각도의 신사업을 모색하는 전략제휴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국내 최초 PBV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PBV 전기차 전용공장은 약 6만6116㎡(2만평)의 부지에 수천억원 규모를 투입해 내년 상반기 착공 후 2025년 공장 완공과 PBV 양산을 목표로 한다. 2025년에 선보일 전용 PBV 라인업의 최초 모델 SW(프로젝트명)는 중형급 사이즈로 개발된다.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환 전략의 핵심은 오는 2030년까지 총 31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에서 30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 3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를 각각 187만대, 120만대로 제시했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면 현대차 그룹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1년 6% 가량에서 2030년 약 12%로 2배 이상 증가한다.

현대차 노사가 이번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 신설에 전격 합의한 것은 현재 내연기관 차량과 혼류 생산만으로는 전기차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차량 생산공장을 개조하는 것보다 새 공장을 짓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용 플랫폼 이-지엠피(E-GMP)를 적용한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했지만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울산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는 노동조합(노조)과 임단협 과정에서 “신공장 건설은 정말 고민이 많았다”며 “미래를 위해 결단했다”고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 신설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 본사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노사, 위기 극복 위해 상생 필요성 공유

이번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은 노사가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상생을 선택했다는데에도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 노조는 줄곧 고용안정을 위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전기차 등 미래차 공장의 국내 설립을 주장해왔다. 특히 올해는 그룹사 공동투쟁의 원년으로 정하고 기아 노조와 공동 전선을 구축해 압박해왔다.

당초 사측은 미리차 공장의 국내 설립에 난색을 표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 등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노조와 상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며 각종 부품난도 겹치며 신차 출고난이 길어지는 등 더 이상의 파업은 회사의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사는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과 더불어 10년 만에 생산·기술직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사는 기존 인력의 고용 안정을 위해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 부문 고용보장 방안, 산업 전환과 연계한 다양한 직무 전환 교육 등도 마련한다. 이외에도 노사는 미래 신산업 관련 설명회도 매년 1회 시행하는 등 자동차 산업 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다만 노사가 임금인상과 관련해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점은 변수다. 사측은 이날 3차 제시안에서 월 기본급 10만2000원 인상, 격려금 등 300%+550만원, 주식 15주, 재래상품권 25만원 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안현호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중앙쟁대위 속보지에서 “(사측의) 임금성 제안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차기교섭이 마지막이다. 사측은 결단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시장의 위기감을 현대차 노사가 공감하며 국내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데 합의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이라면서도 “사측이 큰 결단을 한 만큼 노조 측도 파업 등 극단적인 선택 대신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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