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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저감조치 따라 방진벽 세우고 물 뿌려도…여전한 날림먼지

황현규 기자I 2019.01.14 15:59:19

14일 비상저감조치 발동일 서울시 공사현장 가보니
살수차로 물 뿌리고 방진막 설치해도 미세먼지 여전
날림먼지, 미세먼지의 40% 이상…"공사 중단도 고려"

수도권에서 이틀 내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사진=황현규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수도권에서 이틀 내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는 살수차 한 대가 공사장을 누비고 있었다. 살수차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흙먼지들을 가라앉히기 위해 연신 바닥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그러나 흙먼지가 젖는 건 잠시였다. 곧바로 굴착기가 흙을 퍼내자 주변은 다시 뿌연 먼지로 뒤덮였다. 방진·방음막과 살수차도 날아다니는 흙먼지를 막기엔 역부족해 보였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적으로 `나쁨`,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제주 제외)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비상저감조치에 따라 날림먼지 사업장 점검을 했다. 기자가 직접 공사장의 날림먼지 현장을 따라나섰다.

◇3미터 높이 방진벽 세우고 물 뿌려대도 뿌연 공기는 여전

이날 오전 서울시 관계자는 부지면적 1000제곱미터 이상의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미세먼지 특별단속`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파란색 조끼를 입은 감시요원은 △공사현장 내 방진벽 △방음·방진벽 설치 현황 △세륜 작업장 설치 여부 △살수차 현황 △먼지 덮개 설치 등을 점검했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날림먼지 발생 사업장은 방진벽을 설치하고, 수시로 물을 뿌려주고, 방진 덮개를 까는 등 날림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날 점검을 받은 아파트 공사 현장에도 자동차 바퀴를 물로 적시기 위해 세륜 작업장이 연신 작동 중이었다. 또 바닥에 구멍을 뚫는 진동리퍼가 작동하는 도중 발생하는 날림 먼지를 가라앉히기 위해 스프링클러도 계속 돌아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날림먼지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거나 굴착기 등이 흙을 다시 퍼다 나르면 주변은 흙먼지로 뿌옇게 변했다. 노동자 중 일부는 공사 중 발생한 먼지에 손을 내젔기도 했다.

공사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 박모(45)씨는 “미세먼지가 심해도 공사장 먼지는 이기지 못한다”며 “마스크 2개라도 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날림먼지를 줄이기 위해 지자체와 사업장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계속해서 발생하는 날림먼지를 바로 없애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서 이틀 내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공사장에는 바퀴에 묻은 미세먼지를 닦아내기 위해 세륜 시설을 설치했다. (사진=황현규 기자)


◇날림먼지, 미세먼지 주 원인… “공사 중단도 고려해야”

날림먼지는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미세먼지(PM10) 배출량의 약 40%이상, 초미세먼지(PM2.5)배출량의 약 5%가 날림먼지에서 발생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사장 등에서 발생하는 날림 먼지는 금방 가라 앉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과 날림 먼지가 결합해서 2차적으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건강에 매우 유해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흙, 화합물 잔해물 등이 많은 공사장이 날림먼지의 주요 발생지로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1000제곱미터 이상 규모의 공사장은 2000여 개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물 뿌리기, 덮개 설치 등의 날림 먼지 대책을 넘어 더욱 강경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날림먼지는 입자가 크고 시야를 가리는 등 전형적인 미세먼지(PM 10)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초미세먼지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며 “단순한 조치가 아닌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공사 중단 등의 대책도 논의해 봐야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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