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농성 408일째' 파인텍 안갯속…"노사 갈등 해결책 마련 시급"

손의연 기자I 2018.12.24 17:54:51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 경신할 듯
공장 정상화 등 놓고 노조와 사측의 입장 평행선
전문가 "서로간 불신 깊어 정부 등 제3자 개입해야"

스타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시 양천구 목동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플렉스는 고용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스타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금속노동조합 파인텍지회의 두 노동자가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높이 굴뚝에서 408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는 지난번 차광호 파인텍지회 지회장의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과 같은 일수다.

농성이 408일째를 맞는 24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들은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와 사측간 갈등의 골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의 박준호, 홍기탁씨는 지난해 11월 12일 굴뚝에 올랐다. 그전에는 같은 지회 소속의 차광호 지회장이 굴뚝농성을 408일간 벌였다.

굴뚝농성의 발단은 2010년 파인텍(전 스타케미칼)의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의 한국합섬 인수다. 파인텍과 파인텍노조에 따르면 당시 스타플렉스는 노동자 100여 명을 고용 승계키로 하고 한국합섬을 인수했다.

스타플렉스는 한국합섬의 사명을 스타케미칼로 바꾸고 공장을 가동했다. 하지만 스타플렉스는 2013년 돌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의 대거 정리해고를 결정했다. 차광호 지회장이 2014년 5월27일부터 2015년 7월8일까지 구미 공장에서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이자 스타플렉스는 노조와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지난 2016년 1월 노조와 사측은 합의서를 작성했다. 양측은 새 법인 파인텍을 만들어 11명을 고용하는 데 합의했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인텍은 설립 후 8개월 만에 문을 닫았고 단체협약 체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박준호, 홍기탁씨는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해 11월 굴뚝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 측은 “사측은 5명 노동자를 마저 고용하고 합의사항을 이행하라”며 “우리 노동자는 일할 권리라는 최소한의 정의를 외치며 위장폐업한 먹튀한 공장을 지키고 길거리를 헤매다가 굴뚝 위에 갇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측은 당시 회사가 매월 30억원 정도의 적자를 봤고 흑자 전환을 기대하던 시기에 연이은 파업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돼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며 위장폐업 의혹을 부인했다.

사측 관계자는 “1차 굴뚝농성 후 합의한 내용을 다 지켰다고 본다”라며 “공장을 맡아 운영한지 얼마 안 돼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단체협약 중 노조의 노조전임자 둘 것 등 요구사항이 무리였다”고 밝혔다.

노조는 ‘스타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을 결성해 청와대부터 스타플렉스까지의 오체투지 행진, 무기한 단식투쟁 등을 진행 중이지만 해결을 보지 못했다.

성탄절인 25일에는 농성 중인 두 노동자에 대한 긴급 건강검진이 실시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등 제3자가 개입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사 간 불신이 심한 상황이라 제3자의 객관적 판단과 이에 따른 노동중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오랜 기간 노사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봐서 당사자끼리의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나 정치권이 관여해 정리해고 사유를 살피고 사측에 대한 시정조치나 노조에 대한 보상 등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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