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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만난 이복현, '대출금리 속도조절' 경고(종합)

서대웅 기자I 2022.06.20 16:39:59

금감원장, 취임후 은행장 첫 회동
"은행들 지나친 이익추구 비판 커져
금리 합리적으로 산정·운영할 필요"
보통주자본비율 언급...배당자제 뜻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정부가 금리인상과 관련해 가계대출 이자가 커지자 은행권 압박에 나섰다. 은행권에 대출금리를 낮추라고 사실상 주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금리 상승 시기에 취약계층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합리적으로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은행이 금리인상기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우회적으로 한 것이지만, 금융권에선 ‘관치 금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취약계층 보호, 예대금리와 연결”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 소비자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함께 협력해나가야 한다”며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이 원장도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17개 시중은행 행장들과 간담회를 했다. 미국 금리 인상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하는 가운데 은행권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이목은 이 원장 모두발언에 쏠렸다. 이 원장은 ‘제3자 시각’을 빌려 “은행들의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은행권은 이 원장이 직접 ‘이자 장사’에 몰두하는 은행권에 ‘경고’를 날린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해당 발언에 대한 기자들 질의에도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예대 금리와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있는 가운데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 차이) 확대가 금융 취약계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은행권 예대마진(잔액 기준)은 2.35%포인트로 3년10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업계 CEO(최고경영자)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 같이 말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금융소비자는 금융비용을 떠안고 은행은 금리인상 과실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적 부담이 커지게 되므로 은행이 고통분담에 나서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 원장이 ‘시장 개입’을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사회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은행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국민과 함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정서를 감안해 은행들이 스스로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어서 시장 개입은 아니다”라며 “개입할 수도 없다”고 했다.

‘보통주자본비율’ 언급…사실상 배당자제 뜻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이 금융권에 배당 자제를 주문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경제충격으로 인한 신용손실 확대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계속 확충해야 한다”며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이 적립되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핵심 손실흡수능력인 보통주자본비율도 꾸준히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보통주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 총자본비율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보통주자본비율은 금융사의 근본적 자본력을 엿볼 수 있는 수치다.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이 보통주자본비율 산출 시엔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보통주자본비율을 높이려면 이익잉여금을 늘려야 하고, 이자이익을 늘리기 어려운 현 상황에선 배당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전임인 정은보 원장도 강조한 사안이다. 정 전 원장은 지난 5월 초 은행장들과 만나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지난 3월 2021년 사업을 결산하면서 지난해 배당성향을 25~26% 수준으로 맞췄는데, 올해 역시 이 이상의 배당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권 보통주자본비율은 12.99%로 미국(14.04%), 유럽(15.48%)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편 업계 CEO와 처음 만난 이날 자리는 이 원장이 취임한 지 2주 만에 마련됐다. 전임인 정은보 원장은 지난해 8월 초 취임한 이후 3개월 뒤인 11월 초 금융지주 회장들과 첫 회동했고, 전전임인 윤석헌 원장은 2018년 5월 초 취임한 후 한달 뒤 금융협회장을 시작으로 업계와 소통을 이어갔다. 윤 전 원장은 그해 7월 말 은행장들을 만났는데 은행연합회 이사회 초청을 받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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