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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통해 빈민층 아이들의 자존감 찾았다"

이윤정 기자I 2013.10.17 18:22:35

'엘 시스테마' 창시자 아브레우 박사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 이끌고 내한
20일 200명 한·베네수엘라 청소년 오케스트라 합동공연
"국적·문화 달라도 음악으로 하나될 수 있어"

한국과 베네수엘라 양국의 합동공연을 위해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내한했다(사진=문화부 제공).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소외받는 계층의 아이들도 좋은 악기를 가지고 훌륭한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킨 것이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의 성과다. 한국은 자질을 갖춘 교사와 음향시설 등 인프라가 잘 구성돼 있기 때문에 좋은 협력자라 생각하고 있다.”

17일 서울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열린 ‘2013 꿈의 오케스트라 &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 합동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74) 박사는 “엘 시스테마 교육을 받은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학생들이 젊은 교사로까지 성장해 양국의 협력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음악교육의 전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 시스테마는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시스템을 가리키는 말로 베네수엘라의 음악가이자 경제학자인 아브레우 박사가 1975년 시작했다. 그는 카라카스의 허름한 차고에서 빈곤층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오케스트라를 창립했고, 1만 5000여명의 음악교사를 채용해 수십만명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엘 시스테마의 역사를 만들었다.

현재 성공적인 문화예술교육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엘 시스테마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소외계층 아이들을 마약과 범죄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하고 삶의 기쁨과 희망, 공동체적 가치를 심어주었다.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최연소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32)과 베를린 필하모닉 최연소 더블베이시스트 에딕슨 루이스(28) 등을 배출하는 등 성과도 이뤄냈다. 아브레우 박사는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자존감’을 갖게 된 것이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엘 시스테마를 대표하는 유소년 오케스트라 ‘카라카스 유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다. 1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단독공연을 선보이는 데 이어 20일에는 서울 정동 덕수궁 중화전 특설무대에서 한국형 엘 시스테마인 ‘꿈의 오케스트라’와 합동공연을 진행한다. 양국의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 200명이 차이콥스키, 베토벤, 양방언 등의 곡을 통해 호흡을 맞춘다. 베네수엘라의 전통 민요 ‘아이레스 데 베네수엘라’와 ‘아리랑 서곡’을 각각 선보이면서 두 나라의 음악적 아름다움을 함께 나눌 예정이다. 지휘는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젊은 거장 지휘자 디트리히 파레데스와 ‘꿈의 오케스트라’를 총괄 지휘하는 음악감독 채은석이 함께 맡는다.

아브레우 박사는 “국적이나 문화가 다른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엘 시스테마는 정체된 시스템이 아니라 성장 중인 교육시스템이다. 앞으로 이 음악활동이 전 세계적인 사회운동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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