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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통신비 인하 공약 믿을만한가..'조삼모사'에 불과

김현아 기자I 2015.04.22 15:25:12

가계통신비 인하 위해 추진한 단통법, 시장에 역습 맞다
가격 공시 제도가 1주일간 가격 사전 담합 제도로 변질
기본료 폐지는 조삼모사 일뿐..포퓰리즘 비판 거세
자급제법은 그래도 합리적..실현가능성은 의문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가계통신비 절감과 이용자 차별 해소를 위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시행 6개월 만에 사형선고를 맞았다.

정부를 빼고 소비자는 물론 제조사, 통신사, 유통업계 모두 문제라고 지적하기 때문이다.

갤럭시S6 엣지 골드.
단통법이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간 것은(상반기 국회에서 이슈화되고 연말 쯤 전면개정이나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시장을 얕보았기 때문이다.

단통법으로 출고가가 인하되고 통신요금도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 소위 호갱님이 사라질 것이란 기대, 단말기 과소비는 문제이니 바로잡자는 기대 같은 것은 처음부터 안 되는 약속이었거나 철학에 문제가 있었다고 밖에 평가하기 힘들다.

갤럭시S6(출고가 85만8000원)는 단통법 시행 이전(2014년 3월 27일) 출시된 갤럭시S5(출고가 86만6800원)보다 8800원 저렴하게 출시됐지만 단통법 효과라 보기 어렵고,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요금제 유도를 못하게 했더니 단통법 이후 가입평균 요금이 4만5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떨어졌다는 주장도 논란이다. 가입평균 요금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단말기 구입부담은 오히려 늘어났으니 조삼모사라는 것이다. 실제로 가입평균요금이 하락했어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거의 없다.

호갱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예전에는 그래도 밤늦게 온라인을 뒤지거나 발품을 팔면 더 싸게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주일 단위(단통법상 공시 지원금은 최소 1주일간 유지된다)로 변하는 지원금 수준때문에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올해 초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플래그십 휴대폰’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끈 ‘갤럭시S6’만 해도 출시 1주일 후 지원금이 늘어나면서 미리 예약가입해 빨리 개통한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시장에서의 가격변동(차별)은 그것이 하루 단위든, 1주일 단위든 불가피한 것이다.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전병헌 의원과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가 주최한 ‘단통법 폐지? 존치?“ 토론회에서 ”시장에서의 가격변동은 불가피한데 이를 정부가 지나치게 규제하려다 보니 단통법 지원금 고시제도가 1주일간 가격 사전담합제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단통법 이후 저가 요금제 가입이 늘었다는 정부의 홍보는 실제 소비자들은 처음 가입하는 요금제에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추가 요금을 지불한다는 점, 가계통신비에는 휴대전화뿐 아니라 초고속인터넷과 IPTV 등이 포함된다는 점 등으로 인해 허술하다”면서 “특히 단말기 과소비를 문제삼는 것은 명품 매장에서 옷을 사면 과소비이니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단통법이후의 대안으로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이동전화 기본료 폐지나 ▲단말기 자급제법은 대안이 될까. 이동전화 기본료 폐지법은 우상호 의원(새정치연합)이, 단말기 자급제법은 전병헌 의원(새정치연합)이 추진 중이다.

◇기본료 폐지하면 적자전환…“보조금 줄이거나 요금체계 바꾸는 조삼모사”

우상호 의원
우상호 의원은 단통법의 요금인하 효과가 없다면서 기본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회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단말기유통법 시행이후 6개월 동안 정부는 헛된 통계조작 말고 통신비를 내렸나?”라면서 “3대 이통 대기업 사이에선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만큼 기본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 말대로라면 이렇게 된다.

이통3사는 월 1만1000원(가입자당 연간 13만 2000원)을 기본료로 받는다. 이는 3사 합쳐 기본료 매출이 7조6000억 원 정도 된다는 의미이고, 이를 현재의 가격구조 기준으로 폐지할 경우 이통3사의 영업익 합계(2011년~2013년 평균)는 2조7000억 원 흑자에서 4조6000억원 적자로 전환된다.

우 의원 역시 이를 감안한 듯 “(이통3사가) 번호이동 고객 몇 십만을 모으려고 마케팅비 7조 원을 쓰는 게 정상인가?”라면서 “요금인하를 강제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통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인다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단말기 보조금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조삼모사”라면서 “통신사는 적자를 보면서 경영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요금체계를 바꿔 사용료를 인상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영업이익 합계(출처: 이병태 KAIST 교수)
◇단말기자급제법도 논란…3만5천개 이상 유통점 어찌하란 말인가?

전병헌 의원
단말기자급제법은 기본료폐지 주장에 비해서는 합리적이란 평가다. 이 주장은 우리나라의 단말기 유통이 단말기와 서비스가 결합돼 팔리니 양쪽의 왜곡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단말기 가격과 서비스 요금(통신사가 회수대행해주는 각종 콘텐츠 사용료 포함)의 합인 가계통신비가 부풀려진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단말기는 베스트바이 같은 쇼핑몰에서 사고, 가입은 이통사 대리점에서 하는 방식이 익숙하다. 또한 전문유통점간 경쟁으로 단말기 가격은 우리보다 훨씬 저렴하다.

최근 이통사들이 삼성과 손잡고 갤S6에 지원금을 올렸지만, 32GB 제품 기준으로 최대 58만 원까지 미국 소비자가 싸게 산다. 물론 구형폰 반납 조건이지만.

이에 따라 전병헌 의원은 단통법 폐기와 단말기완전자급제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솔직히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편의점보다 많은 휴대폰 유통점들이 골치”라면서 “의약분업이 정착된 과정을 보면 잠시의 혼란이 지나면 완전자급제법이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말기완전자급제 역시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병태 교수는 “미국에서는 제조사나 이통사와 독립적인 전자제품 판매유통망이 전국적인 체인망을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는 이통사 와 계약하는 직영점·대리점 외에 수 많은 중소 판매점들이 있는 구조”라면서 “이들을 삼성체인망이 흡수하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전자랜드가 흡수하라고 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는 “법에 의한 강제 계약 해지와 새로운 사업이권을 부여받는 제조사나 가전 판매 전국 유통망 회사에 대한 특혜시비를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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