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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F2013]박원순 "경쟁에 지친 자본주의 대안은 공동체·소통"

이승현 기자I 2013.06.12 16:03:32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세계전략포럼 2013’에서 ‘행복의 행정학, 창조의 경제학’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권욱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더불어 행복하십시오. 공동체를 통해 해결하겠습니다. 소통이 가장 중요한 채널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행복한 삶을 위해 내건 핵심 키워드는 ‘공동체·소통·신뢰’였다. 그는 경쟁에 찌들어 지칠 대로 지친 우리에게 이제 함께 쉬자고 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문제는 집단지성과 같은 공동체의 힘을 통해 해결하자고 말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을 인간다운 인간의 기본 조건으로 꼽으며 다수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소수를 희생시키지 말자고도 언급했다. 평소 ‘소셜 디자이너’로 불리기 원하는 박 시장이 여럿의 힘으로 대안을 찾아내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박 시장은 1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이데일리 주최 ‘세계전략포럼 2013’ 이틀째 오후세션에서 ‘행복의 행정학 창조의 경제학’이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에 앞서 한 학생을 만나 사인을 해줬다고 한다. 이 학생에게 남긴 말은 “더불어 행복한 사회”였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인문 행정’, ‘공유 도시’,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 등의 열쇳말들을 통해 서울 시정을 설명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집에서 살지 못하고 여관방 등을 전전한 청소년들의 얘기를 접했다고 한다. 그러자 담당 공무원에게 지시해 모든 학교에 이런 사례를 조사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게 했다. 42가족이 발견됐는데 그 중에서 한 여중생이 아버지와 함께 집 없이 여관방에서 사는 사연이 박 시장의 가슴을 울렸다고 한다. “이 가정에게 임시 거처를 마련해줬다”며 이러한 인문행정을 계속 펼치겠다는 박 시장의 말에 청중은 박수로 화답했다.

박 시장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구호(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인용, “문제는 삶의 질이야!”라고 역설했다. 사람들은 경제적 성공을 위해 부지런히 달리면 행복을 보장해 줄 것으로 믿었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수가 느낀다고 했다. 오히려 맹목적인 성장 위주의 정책에 돈으로 치환활 수 없는 많은 소중한 가치만 잃어버린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체’를 해법으로 내놨다. 특별히 서울(SEOUL)과 솔루션(SOLUTION)을 합한 ‘서울루션’(SEOULUTION)이란 신조어를 소개했다. 서울루션의 대표적 사례는 마을공동체 사업과 협동조합 활성화 정책 등이다.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작은 사업도 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은 인구 1000만이 넘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전례없는 도전이다. 당장 가시적인 변화는 느끼지 못해도 3~5년 정도 지나면 서울은 다른 대도시와 굉장히 다른 사회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 협동조합의 경우 ‘1인 1표’라는 작동원리 때문에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습관을 만들어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공동체에서 필요한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소통)을 꼽았다. 박 시장은 “소통이야말로 공동체에서 행복을 가지는데 가장 중요한 채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소통 활성화를 위해 ‘시 소셜미디어센터’ 를 통해 일반 시민의 민원과 정책 제언은 물론 시시콜콜한 개인사까지 듣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트위터에 하트를 날려주는 것으로 시민들을 위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중요한 시장의 역할인가”라는 게 그가 생각하는 인문 행정이다. 여기서 청중의 박수가 또 한번 터졌다.

박 시장은 “신뢰야 말로 우리가 성장할 수 잇는 가장 위대한 기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거릿대처 전 영국총리의 어록인 ‘TINA’(There is no alternative: 다른 대안은 없다)를 인용, 박 시장 자신은 ‘TIAA’(There Is All Alternatives·모든 것에는 대안이 있다)라고 했다. “대안이 없는 게 아니라 찾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분과 함께 그 대안을 나누고 싶다”며, 30분간의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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