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사직서 요구 직접 안해"…항소심서 혐의 부인

최영지 기자I 2021.06.04 17:07:24

4일 항소심 첫 공판 진행
檢 "최고 권력층의 인사비리…하급자에게 범행 전가"
金 "사직서 제출자들, 제출 요구 외에 복합적인 동기 있어"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로 1심에서 법정구속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검찰 기소와 1심의 유죄 판단을 지적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등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4일 서울고법 형사6-1부(고법판사 김용하·정총령·조은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항소심 첫 재판을 심리했다.

먼저 검찰은 “이 사건 범행 구조를 요약하면 (피고인은) 추천자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 일괄 사표를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표적감사를 통해 사표를 받아내기도 했다”며 “환경부는 청와대 내정자를 두고 합격할 수 있게 온갖 지원을 했고 그럼에도 탈락하자 유관기관에 임명시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장관의 경우, 징역 5년을 구형했는데도 절반만 선고됐다”며 “최고 권력층의 인사비리로 범행이 중대하고 이를 하급자에게 전가하고도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내정자를 제외고도 사실상 들러리를 선 130명의 지원자에 유무형의 손해를 가했을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공공기관 채용의 깊은 불신을 야기했다”고 꼬집었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은 “피고인이 직접 사직서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공소사실 구조는 여러 사람이 가공한 것일 수밖에 없는데 원심은 피고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련의 문건 작성에 피고인이 관여한 것도 아니고, 그 내용이 이 사건 내용과 들어맞지도 않는다”며 “사직서 제출자들 증언을 보면 제각각 다양한 진술을 했고, 사직서 제출 요구 외에 여러가지 복합적인 동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 측은 “검찰에서는 후임자 임명과정에서의 지원 행위를 ‘내 편’ 임명을 위한 지원이라고 프레임을 짠 것으로 보이는데, 이명박 정부때는 영포라인이 있었고 박근혜 정부때는 비선실세가 있었는데 이때 임명된 임원들을 동일하게 동일하게 볼 순 없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추진해야 할 인사였다”고 밝혔다.

또 “물갈이라는 의미도 분명치 않은 낙인찍기라 유죄의 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장관은 현직 시절인 지난 2017년 7월부터 다음해 11월까지 신 전 비서관과 공모해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이 사표를 제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8년 7월에는 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 씨에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종용하고 불응하자 표적감사를 벌여 물러나게 하고, 청와대가 추천한 후보인 박모 씨를 임명하려고 한 혐의도 있다.

1심은 김 전 장관에 대해 일부 공무원 관련 혐의를 제외하고 대부분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신 전 비서관에 대해선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과정에서 김 전 장관과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