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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가 전세푸어보다 소비 덜 한다(상보)

최정희 기자I 2014.09.17 15:04:20

한은, BOK이슈노트
금융위기 이후 하우스푸어 평균소비성향 하락
"주택 가격 하락기 때 소비 충격 더 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랑 양 모씨(36세)는 일명 ‘착한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3년 전 서울 신당동에 신혼집 삼아 큰 맘 먹고 장만한 아파트 대출금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주택활성화 대책에 주택 가격이 소폭 오르면서 시세가 3억원을 넘었지만, 빚도 1억원이 훌쩍 넘는다. 금리가 쌀 때 대출금을 빨리 갚자는 생각에 인테리어를 새로 하자는 신부를 말리고 있는 중이다. 양 씨는 “결혼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 빚을 청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언제 금리가 올라갈지, 언제 또 다시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모르지 않느냐”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입한 ‘하우스푸어’의 평균소비성향이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등 임대로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가구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 유사한 소비성향을 보인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인구 고령화, 미혼율 증가 등으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져 주택 시장 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주택 가격의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경환 부총리 겸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 대출 및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등 대대적인 주택 활성화 정책을 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행은 17일 ‘부동산시장 변화와 소비간의 관계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2003~2007년 주택 가격 상승기 때(분기평균 전년동기대비 5.0% 상승)는 주택 소유가구와 비소유 가구의 평균소비성향(한 가구의 소득 중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7.5%, 77.6%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주택 가격이 안정돼 거래가 부진했던 2011~2013년(평균 2.5% 상승, 2013년 가격 하락)엔 주택소유가구의 소비성향이 전보다 3.5%포인트 하락한 73.9%로 집계됐다. 주택 비소유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이 76.8%로 0.8%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4배에 달하는 셈이다.

특히 주택 소유가구 중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와 2분위(소득 하위 21∼40%)의 저소득층이면서 가구주 연령이 50세 이상인 가구는 소비성향이 95%로 이전보다 10.6%포인트나 떨어졌다.

한은은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 형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택 경기 부진에 따른 담보가치 저하와 가계부채에 대한 상대적 부담 증가 등이 소비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의 가계소비 부진은 주택시장 상황과 관련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택가격과 소비성향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보면 주택 가격이 올라 소비를 늘리는 효과보다 주택 가격이 하락해 소비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황상필 한은 모형개발팀장은 “인구 고령화, 미혼율 증가, 가계소득 증가세 둔화,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져 주택구입에 대한 수요가 부족할 경우 소비회복에 제약이 예상된다”며 “주택 수급 조절 등 주택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경제안정화 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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