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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락에 놀랐나…테슬라, 모델S·모델X 가격 '깜짝' 인상

박종화 기자I 2023.04.21 17:22:32

"한달도 안됐는데"…이달초 가격인하 후 2주만
머스크 "순익보단 점유율" 강조 직후여서 주목
실적 공개후 주가 폭락에 투자자 달래기 관측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테슬라가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전기자동차 모델S와 모델X 가격을 인상했다. 이달초 가격을 내린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격적인 가격인하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지 불과 하루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AFP)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모델S와 모델X의 미국 시장 내 최저가를 3000달러(약 398만원)씩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이번 결정으로 모델S와 모델X의 최저가는 각각 8만 7490달러(약 1억 1600만원), 9만 7490달러(약 1억 2900만원)으로 높아졌다.

이번 인상 결정은 이달 초 테슬라가 모델S와 모델X 가격을 낮춘 지 2주 만에 이뤄진 데다, 그동안의 공격적인 가격인하 정책과 상반된 움직임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테슬라는 이달 7일 두 차종 최저가를 가격 5000달러(약 664만원) 인하한 바 있다.

테슬라는 올 들어 미국에서만 총 6차례 차량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포드와 리비안, 루시드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을 통해 추격을 따돌리고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서다. 테슬라는 이틀 전에도 중저가 전기차인 모델Y와 모델3의 미국 내 최저가를 각각 3000달러, 2000달러(약 265만원) 내렸다.

전날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도 머스크는 “낮은 마진으로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고, 나중에 (시장 점유율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을 때 가격을 올려 마진을 거둬들이는 것이 더 낫다”며 추가 가격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진율(19%)이 제너럴모터스(GM·7%)나 포드(4%)보다 높은 만큼 가격 경쟁을 위해 승기를 굳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가격 인하는 순이익 악화로 이어졌고 투자자 우려를 야기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테슬라의 1분기 순이익은 25억 1000만달러(약 3조 31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감소했다. 마진율도 경쟁사를 앞지르긴 했지만 연초 재커리 커크혼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공언한 목표인 20%를 밑돌았다.

1분기 차량 인도량(42만 2875대·전기트럭 제외)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가격 인하에도 시장 컨센서스(약 43만 2000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결국 이날 테슬라 주가는 9.75% 폭락했다.

테슬라는 이날 가격을 인상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테슬라는 전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여러 요인에 따라 (앞으로도) 차량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 또는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테슬라는 과거에 원자잿값 상승, 공급망 악화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시장에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된다. 실적 공개 후 테슬라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불안해진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머스크가 전날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고 밝힌 만큼 자신감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테슬라가 이번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전략을 전면 전환할지는 불분명하다. 연초 가격과 비교하면 모델S와 모델X의 인상된 가격도 각각 16%, 19% 저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커크혼 CFO는 실적 발표에서 투자 여력을 잠식할 정도로 마진율이 하락하는 건 우려할 만하다면서도 “아직 (마진을) 재검토하지 않을 만큼 테슬라엔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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