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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지난해 1600억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에 합의했다. 이는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화이자가 앨러건과 합병 뒤 본사를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옮기겠다고 밝히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미국(35%)의 절반에 못 미치는 만큼 조세회피를 위함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정가에서도 핫 이슈가 되자 재무부는 해외 기업들이 애용해온 수익축소 방식(earnings stripping)의 조세회피에 철퇴를 가하기로 했다. 그동안 본사를 해외에 두고 있는 기업의 경우 본사에서 미국 자회사에 대출을 해주면 이자비용만큼 세금에서 공제를 해줬지만 앞으로는 세금을 물리기로 한 것이다. 또 합병사에서 미국 주주의 지분율이 60%를 넘으면 일부 규제를 적용하고, 80%를 넘으면 미국 기업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 같은 규제에 대해 예상보다 강력하다는 평가와 함께 다국적 기업들의 불만도 고조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십자포화에 억울하게 희생양이 됐다는 반응이다.
낸시 맥러넌 국제투자기구(OII) 대표는 “(정교한) 외과용 메스를 써야 할 일에 벌채용 칼을 들이댔다”며 “그들이 생각하기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겨냥해 이들 기업 직원들에게 무분별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의 기업활동이나 M&A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알렉스 스피처 네슬레 세무담당 경영진은 “규제안이 상당히 과격하다”며 “일자리와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 한편 자본비용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헤지펀드 업계 역시 발칵 뒤집어졌다. 이번 규제안으로 화이자(시간외거래)와 앨러건 주가가 모두 급락하자 이들 종목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이 줄줄이 손실을 입은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지펀드인 폴슨앤코, 써드포인트, 바이킹글로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앨러건 투자로 입은 손실만 9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재무부가 쓸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라며 “상당히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