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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투자기업들 14년간 무일푼…정부가 해결해줘야"[인터뷰]

권오석 기자I 2022.11.17 14:40:33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장
24년 전 1998년 이맘때 금강관 관광 시작해 2008년 중지
"기업들 포기 상태…막노동이나 대리운전으로 버텨"
"정부가 대출금 탕감해주고 투자금 전액 보상해줘야"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장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이제는 금강산투자 기업을 청산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계속 희망고문만 하고 있습니다.”

최요식(사진) 금강산투자기업협회장은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금강산 관광에 투자했던 기업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1세대 투자기업들은 일단 정리(청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8년 11월 이맘때 쯤 남북은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 7월 13일까지 약 10년간 시행된 대한민국 국민 대상 관광 프로그램으로, 사업권을 가진 현대아산을 포함한 50개 기업이 투자에 나섰다. 최 회장은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해 금강산에서 세탁 공장을 운영했다.

최 회장은 금강산 관광 사업의 의미에 대해 “반세기 동안 남북이 서로 총질만 하다가, 휴전선을 넘어서 금강산 관광을 한다는 건 희망이자 꿈이었다”며 “당시에도 대단히 환영했었다. 금강산 관광은 학생들에게 산교육장이었고 개성공단이라는 ‘옥동자’를 탄생시킨 사업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2008년 7월 민간인 박왕자씨가 조선인민군 육군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됐고 결국 금강산 관광은 중단됐다. 금강산 투자 기업들로 이뤄진 협회는 2010년에 결성됐다.

협회 측은 현대아산을 제외한 49개 기업들의 매출 손실을 1조 5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이들 기업의 전체 투자금은 2000억원이었으며,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은 혼자 150억원을 쓰기도 했다. 정부가 피해 보전을 위해 750억원 정도 대출을 해줬으나 이도 사실상 빚이다.

최 회장은 “기업들은 완전히 포기 상태다. 하루하루를 재개하기만 기다렸다. 14년째 무일푼 인생”이라며 “이제는 나이도 들고 힘도 없고 돈도 없고 완전 청산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금강산 관광이 14년째 중단되는 동안, 세상을 떠난 기업 대표만 5명이며 3명은 중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49개 업체 중 절반 이상은 사실상 사업을 접은 상태다. 그들은 막노동이나 대리운전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차라리 정부에서 ‘대북 사업은 끝났으니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라’고 했으면 전환했을 거다. 사람들이 그걸 원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원하는 건 크게 두 가지로, 정부가 대출금을 탕감해줄 것과 투자금을 전액 보상해주는 방안이다. 남북관계가 기적적으로 개선된다면 좋겠으나, 현실적으론 당장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은 불투명한 만큼 1세대 투자 기업들에 대해선 일단 청산을 해달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대북 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빚쟁이가 돼서 후대에 빚을 물려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건 인재(人災)다. 우리가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장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

-기업들이 원하는 건 청산인가 재개인가.

△남북관계 개선이 돼야 하는 건 맞지만, 이 시점에서는 청산을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속 희망고문만 하고 있다. `1세대` 기업들은 일단 정리(청산)를 해야 한다. 만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2세대 기업들이 갈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청산을 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금강산 관광은 어떤 의미인가.

△반세기 동안 남북이 서로 총질만 하다가, 휴전선을 넘어서 금강산 관광을 한다는 건 희망이자 꿈이었다. 당시에도 대단히 환영했었다. 금강산 관광은 학생들의 산교육장이었고 개성공단이라는 `옥동자`를 탄생시킨 사업이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4년째다.

△기업들은 완전히 포기 상태다. 하루하루를 재개하기만 기다렸다. 14년째 무일푼 인생이다. 코로나19 자금도 못 받았다. 이제는 나이도 들고 힘도 없고 돈도 없고 완전 청산에만 주력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중단에 의한 피해 규모는.

△현대아산을 제외하곤 총 49개 기업이 있었다. 이들 업체의 매출 손실은 1조 5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이들 기업의 전체 투자금은 2000억원이었다.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은 혼자 150억원을 쓰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 대출금도 있는데 사실상 빚이다.

-재개 가능성이 있나.

△안타깝다. 북측은 유엔(UN) 안보리 제재로 꼼짝을 못하고 있다. 남북이 서로 총질을 하고 있는데 관계 개선이 되겠나. 재개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요식 금강산투자기업협회장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기업들의 현 상황은.

△사망한 분들만 5명이고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3명이다. 국내에서 사업을 못 하는 업체가 20개가 넘는다. 그나마 개인 사업자들은 거의 없다. 그 사람들은 막노동이나 대리운전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차라리 정부에서 ‘대북 사업은 끝났으니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라’고 했으면 전환했을 거다. 사람들이 그걸 원망하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처럼 정부가 대출을 해준 것도 아니고 우리는 개인이 알아서 대출해 투자한 사람들이다.

-피해 보상과 관련해 정부 요청 사항은 무엇인가.

△피해 보상은 국회가 손실보상법을 만들어야 가능하다. 이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대출금 탕감이다. 49개 업체에 총 750억원의 대출이 들어갔다. 그 다음은 투자금 전액 보상이다.

-정부에 바라는 점은

△남북관계에선 신뢰가 중요하다. 꽉 막힌 부분을 풀고자 한다면 당국 간 진정성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특사도 자주 보내야 한다. 본질적으로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 그게 제일 큰 관건이다.

-향후 계획은.

△대북 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빚쟁이가 돼서 후대에 빚을 물려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건 인재(人災)다. 우리가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진전이 없다면 내달에는 삭발 시위, 내년부터는 차량 시위까지도 계획 중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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