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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김덕룡 “4.13 총선 정치혁명의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김성곤 기자I 2016.01.08 14:18:24
김덕룡 민주화추진협의회 이사장은 6일 이데일리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4.13 총선이 패거리 정치에서 벗어나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정치혁명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방인권 기자)
[대담=오성철 정경부장, 정리=김성곤 기자] 새해를 맞았지만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헬조선(지옥같은 대한민국)같은 신조어가 나올 만큼 수많은 흙수저들은 절망 속에서 분노를 외치고 있다. 어지러운 세상의 정점에는 바로 ‘정치’가 있다. 누리과정 예산 중단에 따른 보육대란이 대표적 사례다. 국민을 위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걱정하게 만드는 정치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 정계원로인 김덕룡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이사장을 만나 우리 정치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6일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개인 사무실인 ‘덕린재’에서 70분간 진행됐다.

◇“YS 서거 막상 닥치니 괴로웠다…업적 재평가 필요”

이날 인터뷰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와 재평가가 자연스럽게 화두로 떠올랐다. 김 이사장은 “오랫동안 편찮았으니 언젠가 그런 날이 온다고 각오했지만 막상 닥쳐오니 더 이상 만날 수도 볼 수도 없다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밝혔다. 이어 군정종식과 문민정부 출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한 부정부패 척결, 군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역사바로세우기 등의 업적이 외환위기로 지나치게 평가절하됐다는 아쉬움도 나타냈다.

김 이사장은 “김영삼 대통령이 재임 중 업적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며 “특히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는 그동안의 경제문제가 축적돼서 터진 것인데 YS가 뒤집어썼다. 정확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실정치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김 이사장은 “정치 지도자가 이념과 지역에 매몰돼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다”면서 “참으로 왜소한 정치가 되면서 과거 정치지도자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 향수)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예전 정치는 애국지사적인 면이 있었는데 요즘은 직업인 같은 정치가 됐다”면서 “힘있는 자와 가진 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약한 사람, 없는 사람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경영자와 노동자, 권력자와 국민 사이에서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대통령 역시 국민과 소통해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과 이념에 얽매인 패거리 정치 벗어나야”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에 대해서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 총선이 정치혁명의 시작이 돼야 한다”며 “이념이나 지역에 좌우되는 패거리 정치에서 벗어나 여야가 정책과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여야가 경제성장 동력 복원, 공정한 분배, 복지 확충, 통일·남북문제, 청년실업 해소, 외교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의도 정가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안철수신당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보였다. 김 이사장은 “안철수신당의 부상은 ‘정치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국민적 기대 때문”이라면서도 “독점적이고 투쟁적인 양대 정당 체제에서 제3지대 정당의 탄생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라고 진단했다. 이어 “호남민심이 문재인을 떠났으니 정치적 야심을 채우기 위해 또다른 지역주의 정당을 만드는 구태정치라는 비판에 분명한 답을 해야 한다”면서 “진실된 마음으로 정치를 혁신하고 지역패권주의를 청산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야권을 향해서도 “국정운영의 난맥상에도 여당 지지가 왜 야당보다 높은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는 야당이 국민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수권세력으로의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국가지도자 시대정신 입각해 역사를 전진시켜야”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변화를 촉구했다. 김 이사장은 “국가지도자는 시대정신에 입각해서 국가목표를 설정하고 역사를 전진시키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정교과서 문제와 민주주의 후퇴 등은 30·40년전 아버지시대의 통치방식으로 되돌아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우리나라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위한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현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이라면서 “민간 분야에서 교류하겠다고 해도 정부에서 5.24 조치로 제한하고 북측도 구차하게 얻어먹지 않겠다고 한다. 남측 정부와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나무심기, 겨레말큰사전 공동사업, 영유아 영양공급 등 기존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남북관계는 마음만 먹으면 풀 수 있다. 금강산 관광 같은 거 풀고 이산가족 상시상봉으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가혹한 현실 기성세대로 사죄하고 싶다”

김 이사장은 인터뷰 말미 2016년을 살아가는 청년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희망과 용기를 강조했다.

“미래를 열어갈 청년들의 현실이 너무나 가혹하다. 정치를 했던 기성세대로서 사죄하는 입장이다.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라는 말도 있는데 아무리 현실이 어려워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청춘은 황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장 값진 보배다. 현실에만 매몰되지 말고 미래를 향해 세계로 나갔으면 좋겠다.”

◇김덕룡 민추협 이사장은 누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YS의 분신이다. 전북 익산 출신으로 YS가 주도한 상도동계에서 거의 유일한 호남 인맥이다. 1988년 13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이후 17대까지 내리 5선을 했다. 현역 시절 ‘DR’이라는 영문 애칭으로 불릴 만큼 정치적 중량감이 높았다. 문민정부 시절 정무장관, 옛 한나라당 원내대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을 지냈고 현 ‘겨레의 숲’ 대표를 맡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때 차남 현철씨 등과 함께 서울대병원 빈소를 지키며 상주 노릇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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