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인권위 "청각장애 수용자 TV 자막·수어 제공 방안 모색해야"

김범준 기자I 2023.06.15 12:00:00

청각장애 수감자, TV 자막·치료 수어 요구
"차별로 보기 어렵다"…인권위, 진정 기각
"향후 국가가 필요 수단 제공할 책무 있어"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청각장애인 수용자가 텔레비전 시청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TV 자막과 수화언어(수어) 통역 제공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권위에 따르면 A교도소에 수감 중인 B씨는 말하기와 듣기가 어려운 청각장애 2급 수용자로, 교정시설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TV 자막을 제공하지 않고 치료를 받을 때 수어 통역사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최근 진정을 접수했다.

A교도소장은 교정 시설에서 청각장애인용 TV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현행 셋톱박스(네트워크에 연결되어 방송을 송출하는 장비)를 이용한 교화방송 시스템에서는 지상파 방송의 자막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또 B씨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필담으로 진료와 처방을 했고, 근무자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자세히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료에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직원들에게 수어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등 장애인 수용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교정시설 내 TV 자막 제공을 위해서는 TV 시청을 통합 관리하는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채널 변조기(모듈레이터)를 새로 개발하거나, 전국 교정시설 내 모든 거실(약 2만곳)에 셋톱박스를 설치·관리해야 하는 등 필요한 예산·기간 추산과 별도의 행정력이 요구됨에 따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진료 시 필담을 통해 문자로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고 보고, 진료 시 수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을 장애인 차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해당 진정 사건은 기각했다.

다만 향후 여러 교정시설에서 이와 같은 불편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국가기관에서 필요한 수단을 제공할 책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교정시설 내 장애인 수용자가 비장애인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TV 시청의 필요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국가기관인 법무부가 교정시설 내 진료 과정에서 청각장애인 수용자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수어 통역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