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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사, 1Q 적자 넘어 연간 적자로?…2Q도 반등 기미 안 보여

이연호 기자I 2020.05.04 11:41:54

에쓰오일, 사상 첫 분기 1조 적자…정유 4사, 작년 전체 이익 올해 1분기 만에 다 까먹을 판
정제마진 7주 연속 마이너스…SK이노베이션 "창사 후 두 번째 연간 적자 우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큰 기대 없어…항공유 수요 회복이 관건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코로나19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정유업계가 쇼크 수준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2분기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수요 회복이 단시간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지난 2014년 이후 첫 연간 적자를 걱정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3주 연속 국제유가가 하락한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197 원, 경유가 1007 원에 판매되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4월 다섯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0.9달러로 3월 셋째 주 이후 7주 연속 마이너스 정제마진을 기록했다. 월 기준으로도 지난달 정제마진은 배럴당 -0.8달러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운임 등을 제외한 이익을 말한다.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제마진이 7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사실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2주 연속 마이너스 정제마진을 기록한 것도 이례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졌던 상황이었다. 정유사들 입장에선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4사들의 1분기 실적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1분기 실적을 잇따라 발표한 에쓰오일은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인 1조7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현대오일뱅크도 5632억 원의 영업손실을 경험했다. 오는 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국내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도 대규모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1조 원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며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 2014년 이후 처음, 창사 이후 두 번째로 영업적자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 역시 5000억 원 이상의 1분기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전체 벌어 들인 돈을 올해 3개월 만에 다 까먹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정유 4사의 지난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3조1202억 원이었다.

문제는 2분기부터도 정유사들의 실적이 크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유업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6일부터 코로나19 대응 단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할 예정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는 어느 정도 할 수 있겠지만 미국과 유럽 등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마이너스 정제마진이 지속되면서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매주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정유업계는 상대적으로 고가로 쏠쏠한 수입원인 항공유 수요 회복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항공유분은 다른 곳에 쓸 수 없는 유분인데 수요가 급감하면서 재고가 쌓이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항공유 수요 회복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당분간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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