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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후임 죽음 내몬 '서산 손도끼 사건'…징역 11년 확정

박정수 기자I 2023.02.23 11:47:59

군 동료 손도끼 들고 찾아가…"1000만원 내놓으라"
옥상 끌고 가 폭행·협박…3시간 끌고 다니며 돈 뜯어내기도
피해자 극도의 심리적 압박감에 4시간 뒤 옥상서 투신
대법, 강도치사 유죄…징역 11년 확정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군 동료를 찾아가 돈을 내놓으라며 손도끼를 휘두르고 협박한 남성에게 징역 11년이 확정됐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23일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안철상)와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특수강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공범 2명도 각 징역 10년과 8년이 최종 확정됐다.

A씨는 공범들과 함께 군 동료를 찾아가 대출신청을 하도록 한 후 피해자로부터 돈을 빼앗아 나눠 갖기로 모의하고, 2021년 8월 충남 서산 소재 피해자의 아파트로 찾아갔다.

A씨와 공범들은 피해자를 15층 아파트 옥상으로 데려가 겁을 주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흉기인 손도끼를 손에 쥔 채 피해자가 서 있던 지점 부근의 구조물을 수차례 찍고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했다. 특히 ‘1000만원에 대한 금액 또는 해결책을 알려주기로 한다. 불이행 시 전 재산 압류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게 했다.

공범 가운데 한 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항거불능 상태에 이른 피해자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서산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대출을 알아보거나 예금을 해지하는 방법으로 각서에 쓴 내용대로 1000만원을 빌려달라는 취지로 협박했다. 공범은 서산 일대를 돌아다니며 35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결국 금전요구와 폭행·협박에 의해 피해자는 극도의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나머지 같은 날 오후 4시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1심을 맡은 군사법원은 A씨에 대해 강도치사보다 가벼운 특수강도 혐의만 유죄로 인정, 징역 5년으로 형량을 결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돈을 주어야 한다는 심한 압박감을 느끼다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으로 보여 범행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누군가를 무서워한다는 점만으로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봤다.

다만 “피해자는 피고인들과 헤어지고 약 4시간이 지나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등에게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은 강도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평소 소심한 성격임을 알고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위협, 돈을 받아내기로 계획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와 헤어진 이후에도 30분, 2시간 간격으로 계속 연락할 것과 그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만날 것을 강요했다”며 “공범의 협박행위는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간 직전까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 “유족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피해자 작은 누나는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극단선택을 시도했다가 결국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망했다”며 “유족들은 엄중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유족에게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공범들과 말을 맞추기에 급급했다”며 “수사기관에서 법원에 이르기까지 사건 범행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어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2심에서 A씨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했고, 공범 2명은 징역 10년과 8년을 받았다.

서초동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도 피고인들에 대한 강도치사죄에 관해 유죄로 판단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한 강도치사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강도치사죄의 성립 및 공동정범, 결과적 가중범의 인과관계 및 예견가능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아도 원심이 공범 가운데 한 명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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