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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폭행 재벌 2세들에 수백만원 벌금형…솜방망이 처벌 왜?

전재욱 기자I 2017.01.01 17:09:54

이해욱 벌금 1천만원·정일선 벌금 3백만원 약식기소
검찰 "피해자 합의하고 폭행 정도 심하지 않은 점 고려"
합의처벌 못하는 폭행죄 대신 근로기준법 적용

왼쪽부터 김만식 전 몽고식품 명예회장,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대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운전기사 등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재벌가 ‘갑질’에 대한 형사처벌이 결국 솜방망이에 그쳤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박재휘)는 지난달 29일 이해욱(48) 대림산업 부회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및 강요미수 혐의로 벌금 1000만 원, 정일선(46) 현대BNG스틸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 원에 각각 약식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이 부회장은 대림그룹 창업주 고 이재준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정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약식기소 사건은 법원이 서류만으로 유무죄를 판단하고 유죄가 인정되면 벌금형 등을 명령하는 간이 재판이다. 피고인이 불복하지 않으면 보통 벌금형을 명령하고 사건이 종결된다. 불복하려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되고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넘길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갑질 행위 자체는 죄질이 불량하지만, 폭행 정도가 심하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약식기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언론보도를 통해서 운전기사 폭행 혐의가 드러나자 피해 운전 기사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하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정 사장은 운전기사를 손가방으로 한 차례 때린 혐의를 받았다.

이 부회장과 정 사장은 피해자 운전기사와 형사상 합의를 한 때문에 검찰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폭행죄는 징역 5년 이하 등으로 처벌이 무겁지만 합의하면 처벌하지 못하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8조는 ‘사용자는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를 폭행하지 못한다’고 돼 있어서 합의하더라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받는다. 이론상으로 실형도 가능하지만 실제 사례는 드물다. 앞서 운전기사 상습폭행 혐의를 받은 김만식(76) 전 몽고식품 명예회장은 같은 혐의로 벌금 7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

운전기사 폭언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빠졌다. 차량 안에서 이뤄진 폭언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폭언을 모욕죄로 처벌하려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여지(공연성)가 있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재벌의 도덕적 비난과 형사적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의 한 중견 법관은 “재벌이라고 해서 무조건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듯 에 편승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재호 무학 회장의 전직 운전기사가 ‘갑질’을 폭로하겠다며 합의금을 요구하다가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사회적 이슈에 편승해 금품을 갈취하려 해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김만식 전 몽고식품 명예회장이 지난해 1월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 운전기사 폭행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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