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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지수 왜곡` 우려 목소리 커진다

이정훈 기자I 2004.08.26 14:12:15

관리종목 편입·유통물량 적은 블루칩 속출
벤치마크 기능 `위협`..거래소 "문제없다" 반박

[edaily 이정훈기자] 서울 증시의 대표적인 벤치마크(benchmark)인 종합주가지수(KOSPI)와 KOSPI200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산정방식 및 종목편입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리종목에 편입되거나 실제 유통물량이 너무 적은 블루칩들이 속출하면서 이들 종목이 편입된 종합주가지수와 KOSPI200에 왜곡이 나타날 수 있어 벤치마크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 LG카드·SK네트웍스 `초강세`..KOSPI 착시현상 유발 최근 주식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되고 있는 종목은 LG카드와 SK네트웍스. 이들 종목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KOSPI200 산정에는 빠져 있지만, 종합주가지수 산정에는 반영되는 종목들이다. 문제는 종합주가지수에 비해 이들 종목의 주가가 너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저점대비 상승률을 보면 지난 25일까지 종합주가지수가 12%에 불과한데 비해 LG카드(032710)는 212%, SK네트웍스(001740)는 70%나 급등했다. ◆4월 저점대비 대형주 주가 상승률 (자료=대우증권) 특히 LG카드는 시장 방향성과 관계없이 나홀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전체 주식시장 분위기와는 달리 종합주가지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LG카드는 시가총액 9위까지 올라와 LG전자와 신한지주, 우리금융, 삼성SDI보다도 시가총액이 커졌다"며 "이에 따라 지수 왜곡현상이 초래되고 있어 시장 상승을 볼 때 이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보니 이런 종목을 매수하지 않는 국내 기관이나 외국인은 종합주가지수를 제대로 추적(tracking)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한 대형 투신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이런 현상은 상당히 불합리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종합주가지수를 벤치마크하는 펀드는 지수 착시현상으로 적절하게 운용성과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어 궁여지책으로 매니저 각자 적절히 비중을 조절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 LG필립스LCD 유통물량 대부분 소진..KOSPI200편입 논란 LG필립스LCD는 지난달 23일 상장된 후 아직까지 KOSPI200에는 편입되지 않고 있으며 종합주가지수 산정에만 들어가 있는 상태. 주가가 급등락하지 않고 있어 당장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LG필립스LCD(034220)가 특례조항을 만족해 다음달 10일부터 KOSPI200지수 산정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돼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시장 유통물량이 워낙 적다보니 기관들이 주식을 편입하기 어려울 뿐더러 적은 거래에도 주가가 크게 움직여 지수 왜곡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필립스LCD의 총 발행주식수는 3억2360만주이지만, 이중 국내 시장에서 유통 가능한 물량은 700만주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상장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기관들이 주식을 순매수해오고 있어 사실상 유통주식은 거의 소진된 상태. 이에 따라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주요 시장 참가자들은 증권거래소가 당분간이라도 LG필립스LCD의 KOSPI200 편입을 늦춰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투운용 진형보 금융공학팀장은 "LG필립스LCD의 경우 시가총액 비중이 크면서도 지분분산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시장 유통물량은 너무 적다"며 "유통물량이 늘어나는 시점에 맞춰 KOSPI200에 편입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천대중 연구원은 "LG필립스LCD의 KOSPI200 편입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며 "실제 유통물량이 3% 수준에 불과해 편입될 경우 가격 왜곡 가능성이 큰데, 인덱스펀드의 경우 편입비중을 크게 가져갈 수 밖에 없어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고, 이는 가격 왜곡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 시장 `지수관리 개선돼야` vs 거래소 `문제없다` 이처럼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례들이 속출하는데 대해 증권거래소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각 지수의 산정 목적상 이런 괴리는 당연한 것이며, 지수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증권거래소 이주호 통계팀장은 "관리종목이라도 종합주가지수에 포함시키는 것은 종합주가지수 자체가 전체 시장 상황을 보여주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괴리를 두고 왜곡이라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반박했다. 앞서 LG필립스LCD에 대해서도 "펀드매니저들의 얘기가 상당히 일리있고 어떻게 결정해야할지 어려운 문제인 건 사실이지만, KOSPI200지수 이용자가 아주 많고 서로 이해관계도 상충될 수 있는데, 어느 한 쪽 의견만을 받아들일 순 없는 일"이라며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증권거래소의 지수관리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제투증권 김기봉 주식운용본부장은 "현재 종합주가지수 산정이 시가총액 방식으로 이뤄지다보니 이런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산정방식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거나 벤치마크로 삼을 만한 대체 지수 개발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위원도 "종합주가지수를 MSCI 등 선진지수처럼 단순 시가총액 대신 유통주식(free floating)을 감안한 시가총액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며 관리종목을 지수에 포함시키는 것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OSPI200 산정도 대대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사견임을 전제로 "종합주가지수건 KOSPI200이건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만큼 가급적 시장 친화적인 쪽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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