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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이대 총장 “학생 사법처리 원치않아”…사퇴는 ‘아직’(종합)

유현욱 기자I 2016.08.05 13:30:04

감금 혐의 수사 ‘탄원서’ 제출…警 “수사중지 효력 없어”
사퇴 요구에 “학교 안정화·화합이 우선…지금 다루지 않겠다”
학생 측 “이중적 행태..사퇴해야 농성 풀 것”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5일 오전 감금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들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 경찰서에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5일 대학 본관 점거 농성 과정에서 교수·교직원 감금 논란을 일으킨 학생들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안팎으로 거세지는 사퇴 요구에는 ‘학교 안정화와 화합’을 이유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보라색 외투 차림을 한 최 총장은 이날 오전 9시 20분 다소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대문경찰서에 도착했다. 최 총장은 강대일 서장에게 직접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자리에는 조미숙 총무처장과 정현미 학생처장, 고병옥 서대문서 경무계장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후 조 총무처장과 정 학생처장은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서울지방경찰청에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총장 명의의 탄원서에는 “지난 3일 성명서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지난달 28일 이후 발생한 학내 사태와 관련해 본교와 감금된 교직원 전원은 본교 학생 및 어떤 관련자의 사법 처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탄원서에는 또 “학생들을 포용의 자세로 받아들이려고 하니 경찰도 이 점을 충분히 수용해주길 간곡히 탄원 드린다”고 적혔다. 최 총장은 탄원서를 제출한 뒤 다음 일정을 위해 청사 밖으로 나와 취재진들에게 “학교 사태와 관련된 모든 것을 포용하고 관련된 모든 부분에 선처를 부탁 드린다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한다’는 질문에는 “지금은 빨리 학교를 안정화 할 때이고 화합하는 일이 우선이어서 그 문제는 지금 당장 다루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서대문서 관계자는 “(탄원서가)참작 사유는 되지만 수사를 중지시키는 효력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부터 본관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화여대 재학·졸업생들은 최 총장의 탄원서 제출에 ‘이중적 행동’이라며 최 총장이 사퇴해야 농성을 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생 측은 “지난달 30일 본관 건물에서 학교 측의 선(先) 제안에 따라 총장과 대화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에게 경찰의 폭력진압이라는 경악스러운 방법으로 대응한 게 누구인가”라고 반문하며 “본인이 경찰 투입을 요청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사법 처리하지 말아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행동은 어불성설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퇴 요구에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바 지난 4일 배포한 5차 성명서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5차 성명서에는 ‘총장 사퇴 및 사퇴 확정 공문 수령 즉시 본관 점거를 해제키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송덕수 이화여대 학사부총장은 이날 낮 12시 10분 본관 주변에서 학생 면담을 위해 10여분을 기다린 끝에 점거농성 중이던 일부 학생을 만나 “우리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이제 학생들이 사태를 잘 마무리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부총장은 “학생의 안정과 건강이 걱정돼 본관 옆 건물에 임시보건소를 두고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아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없으니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이용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학생이 자체적으로 꾸린 언론대응팀은 “폭력 진압 일주일이 넘어서야 응급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진료소를 세우는 학교 측의 행위는 학생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염려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생들을 진정으로 염려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최 총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깨끗하게 사퇴를 하는 방법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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