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을 원료로 사용하는 일부 식음료 업계는 당장 아스파탐 대체재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시장에 만연한 공포심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공포심 때문에 아스파탐에 대한 불신이 쌓인만큼 아스파탐 대체재 마련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아스파탐 공포 시장에 만연”
16일 업계에 따르면 WHO가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도 섭취량 기준치는 유지해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발암물질이라면서 섭취는 예전대로 해도 된다는 발표 내용이 ‘앞뒤가 맞느냐’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암물질’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시장의 공포심이 커져 식음료업계는 고심만 깊어지게 됐다.
음료업계 A사 관계자는 “과거 사카린이 유해성이 없다는 사실이 판명됐지만 시장에서 왜 퇴출됐겠느냐”며 “사카린의 안전에 대한 의문이 뇌리 깊이 박히면서 결국 소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례에 비춰보면 아스파탐 역시 중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도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 과도한 공포심이 생긴 게 문제다”라며 “특히 아스파탐 공포가 막걸리에 유독 집중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현재 일부 막걸리 회사나 유통회사들이 ‘무(無)아스파탐’ 등을 앞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최대한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며 “자기들만 살겠다고 대부분이 영세업체인 막걸리 회사를 죽이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막걸리 업계에 따르면 업계 90% 이상이 매출 10억원 이하, 80% 이상이 연매출 1억원 이하의 영세업체다.
또 다른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도 아스파탐을 대체하는 작업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대체원료로 기존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 또 만들어놨는데 안전성이나 맛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런 위험은 누가 책임져야 할 지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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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의 관련 발표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국내 아스파탐 섭취량 기준치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식음료·주류업체들은 이미 아스파탐을 대체할 감미료를 찾아 나선 상황이다.
오리온(271560)과 크라운제과(264900), 빙그레(005180)는 물론 자체브랜드(PB)를 운영하는 이마트(139480),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까지 대열에 합류했다.
A사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보다 건강과 관련한 소식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며 “섭취량 기준치와 관계없이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것 자체만으로 정상적인 제품 판매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즉각 대체 원재료 물색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본사인 펩시코로부터 원액을 받아 국내에 펩시제로를 생산·판매하는 롯데칠성(005300)음료와 상대적으로 규모가 영세한 서울장수와 지평주조, 국순당 등 막걸리 업계는 일단 시장 상황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펩시 본사의 레시피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원재료 교체가 녹록지 않다. 막걸리 업계는 원재료 교체에 따른 레시피 개발 및 패키지 변경 비용과 영업 차질 부담 등을 고려해야 해서다.
남 사무국장은 “동판 교체에만 300만~400만원, 기존 찍어둔 라벨들을 교체하려면 1000만~2000만원이 필요한데 연매출 1억원대의 회사들이 감당하기는 부담”이라며 “당장 교체를 해야하는 걱정은 해소했지만 아스파탐을 계속 쓸 수 있을지는 소비자 반응을 보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제과업체 B사 관계자는 “아스파탐의 발암물질 포함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이라면서 “인식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급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아스파탐을 대체할 원료를 찾는 작업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최근 식음료 업계의 유행이던 ‘제로’ 마케팅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식음료 업계는 설탕을 대체한 인공감미료로 단맛은 유지하되 칼로리를 확 낮춘 스낵·음료·술 등 ‘제로 칼로리’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식품업계는 이를 통해 맛과 건강을 함께 챙기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로 마케팅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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