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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플루만 빼돌리나..발기부전약 등 비일비재

천승현 기자I 2009.11.05 11:23:15

제약사·병원·약국과 짜고 `유령 처방전` 발급 만연
"해결책 마련 시급" 지적

[이데일리 천승현기자] 다국적사를 중심으로 기업 차원의 대규모 타미플루 사재기가 드러남에 따라 의약품 유통체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백신·발기부전치료제 등 전문의약품에 대해 가짜 거래가 적잖게 펼쳐지고 있다는 게 제약업계의 오랜 관행이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타미플루뿐만 아니라 전문의약품의 유통상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타미플루 사재기 사례처럼 병·의원에 대리 처방전을 발급받고 약국 등으로부터 의약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타미플루뿐 아니라 소위 인기제품인 발기부전치료제나 비만약의 확보를 위해 병·의원을 돌아다니며 처방받고 확보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독감백신과 같이 물량이 부족한 백신의 경우, 제품을 보유한 제약사가 직원들의 우선 접종을 위해 건강검진 항목에 백신 접종을 포함시키고 회사와 연결된 건강검진센터에 대량 공급하는 방식을 이용하기도 한다.

만약 약사나 제약사 영업사원이 특별 관리가 필요한 마약류나 향정신성의약품을 분실하면 친분이 있는 의사로부터 처방전만 발급받으면 문제는 해결된다.

제약사 영업사원이 거래처 의사에게 처방전만 발급받고 처방전을 약사에게 주면 영업사원은 매출도 늘고, 의사와 약사는 각각 진료비와 조제료를 챙기는 수익구조가 발생하기도 한다.

처방전이 곧 의약품 유통의 유일한 단서라는 이유로 이른바 `유령 처방전`이 남발되면서 유통 체계의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7년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산하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를 설치하고 지난해 1월 전문의약품, 10월에는 일반의약품까지 제약업체들이 모든 의약품의 공급내역을 정보센터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의·약사에 제공되는 샘플도 대상이다.

제약사의 의약품 생산실적과 도매상이나 약국에 공급된 의약품 수량이 일치하는지를 살핌으로써 의약품을 이용한 불법 리베이트나 의약품 오남용을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타미플루, 발기부전치료제와 같은 전문의약품은 `유령 처방전`을 이용하는 허점이 있다.

의약품 공급량과 처방전 개수만 일치하면 서류상으로는 완벽한 공급체계가 완성되기 때문에 처방전 발급만으로 사재기와 같은 불법 행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의·약사의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는 전문의약품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에서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차단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타미플루 사재기의 경우처럼 대량으로 처방이 남발되면 사후 관리를 통해 정황을 포착할 수 있지만 약사나 제약사 영업사원의 개별적인 사재기는 적발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관계자는 "제약업체들로부터 매달 접수되는 공급내역을 통해 가짜 처방과 같은 위법행위를 감시하고는 있지만 개별적인 사례를 모두 파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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