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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얼굴·이름 함부로 못쓴다…'퍼블리시티권' 신설 입법예고

김윤정 기자I 2022.12.26 10:35:42

법무부 '인격표지영리권' 신설 개정안 입법예고
'퍼블리시티권'으로 더욱 친숙…민법에 명문화
성명·초상·음성 등을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1. 2012년 연기자 정은란(예명 민효린) 씨는 성형수술로 ‘민효린 코’처럼 만들어준다고 광고한 성형외과 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당시 1심 법원은 병원이 정씨의 명성과 지명도를 영업활동에 이용해 성명에 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고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 판결로 병원은 정씨에게 300만원을 손해배상해야 했다.

다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법원은 병원이 정씨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는데다 그 권리 자체를 인정하기도 섣부르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퍼블리시티권의 의미, 범위, 한계 등이 아직 명확하게 정해졌다고 볼 수 없다”며 “연예인 사진과 이름으로 사람을 유인했다는 사정만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2. 2004년 개그맨 정준하 씨는 모바일 콘텐츠 제작업체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해당 업체가 본인 얼굴을 형상화한 캐릭터를 이동통신사에 무단제공해 수익을 올렸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법원은 해당 업체가 동의 없이 정씨 얼굴로 캐릭터를 제작해 수익을 거둔 것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면서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으로는 이같은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더욱 명확하고 일관된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법무부가 인격표지영리권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인격표지영리권이란 사람이 성명·초상·음성 등 자신을 특정 짓는 요소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다. ‘퍼블리시티권’이라 불려왔다. 사람의 인격표지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저작권과는 다르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 전경. (사진=뉴스1)
법무부는 26일 성명·초상·음성 등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내년 2월 6일까지 총 40일이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자신의 성명·초상·음성 등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명문화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인격표지의 영리적 이용을 허락할 수 있도록 하고 ▲인격표지영리권자 사망 후에도 인격표영리권이 상속돼 30년간 존속하고 ▲인격표지영리권 침해 시 침해제거·예방 청구권을 인정한다.

이는 SNS 등의 발달로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유명해진 인격 표지를 영리적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유명한지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개인들의 보편적 권리로서 인격표지영리권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미국·독일·일본·중국·프랑스 등은 이미 법률 또는 판례로 인격표지영리권을 인정해오고 있다.

가령 미국은 현재 36개 주에서 법으로 퍼블리시티권을 규정하고 독일은 연방재판소가 인격권의 일부로 인격표지영리권을 인정하며, 중국도 명문화했다.

국내에서도 법원은 90년대부터 ‘소설 이휘소’ 판결, ‘제임스 딘’ 판결에서 퍼블리시티권의 존재를 언급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판례에서도 몇 차례 인격표지영리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을 통해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누구나 유명인이 될 수 있는 시대적 변화를 법 제도에 반영하고 인격표지영리권자 사망 시 법률관계에 대한 혼란과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국민들의 의견 수렴을 걸쳐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고 내년 초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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