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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일 "모국어 같은 피아노, 마음의 기록 녹였죠"

장병호 기자I 2023.02.26 20:00:00

새 앨범 '리슨'으로 돌아온 작곡가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 '데카'와 첫 앨범
'기생충·오징어 게임'으로 명예 얻은 덕
서울시향 작곡 제안에 "도전해보고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리슨’은 제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앨범입니다.”

작곡가 겸 연주가 정재일이 24일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새 앨범 ‘리슨’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뮤직)
정재일(41)은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음악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겸 연주가다. 그가 이번에 새 앨범 ‘리슨’으로 돌아왔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1999년 17세 나이에 프로젝트 밴드 긱스의 멤버로 데뷔했다. 이후 수많은 앨범을 발표했지만 이번 앨범만큼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데카와 지난해 6월 정식 계약한 뒤 처음 발표하는 앨범이어서다.

앨범 발매일인 24일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간담회를 연 그는 “데카로부터 앨범 제안을 받았을 때 2004년이 떠올랐다”며 앨범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정재일은 2004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정규 앨범 ‘눈물꽃’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안고 발표한 앨범이었는데 제가 아직 역량이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이후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접고 무대 뒤에서 다른 예술가를 보필하는 역할을 계속해왔죠. 이번 앨범을 제안 받았을 때 제가 ‘싱어송’(singer-song)은 못하더라도 ‘라이터’(writer)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곡가 겸 연주가 정재일의 새 앨범 ‘리슨’ 커버. (사진=유니버설뮤직)
정재일은 만 세살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다. 열살 때에는 기타를 독학으로 배웠다. 이제 피아노는 물론 기타·드럼·베이스 모두 연주 가능한 ‘만능 플레이어’가 됐다. ‘천재 음악가’로 이름나면서 영화·드라마·연극·뮤지컬·무용·창극 등 수많은 분야에서 클래식과 대중음악, 국악을 모두 아우르는 폭넓은 작업을 이어왔다.

그가 이번 앨범에서 선택한 것은 피아노다. 말보다 더 편하게 자신의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악기여서다. 앨범 녹음은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ECM의 레코딩 스튜디오로 유명한 네덜란드 오슬로의 레인보우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리슨’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서 펼쳐진 일들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반영한 제목이다. 정재일은 “코로나19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비극적인 이별을 마주하고, 전쟁까지 터지는 현실을 보며 우리는 정말 듣는 귀가 없다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곡가 겸 연주가 정재일이 24일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새 앨범 ‘리슨’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유니버설뮤직)
새 앨범을 내게 된 배경으로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정재일은 “‘오징어 게임’의 작곡가가 누군지는 몰라도 음악만큼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게 됐다”며 “이들 작품이 저에게 명예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제 삶에서 달라진 건 없다”며 수줍게 웃었다.

“생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른 예술가들의 작업 뒤에 계속 서 있을 겁니다. 그곳에서 얻는 삶의 희열도 있으니까요. 이 앨범을 냈다고 제가 유럽 투어, 전 세계 투어를 다닐 수 있는 건 또 아니니까요(웃음). 이번 앨범은 제 마음의 기록입니다. 이걸 바탕으로 앞으로는 제가 안 해본 음악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최근엔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자 차기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을 맡는 세계적인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서울시향을 위한 신곡을 정재일에게 위촉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재일은 “기사를 보고 그 내용을 알았고, 거장께서 제 이름을 어떻게 알았을까 싶어 황송했다”며 “클래식을 제대로 배워본 적 없기에 두려움도 있지만, 진짜로 제안을 해준다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울시향과 함께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은 있다”고 답했다.

작곡가 겸 연주가 정재일. (사진=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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