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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사철 코앞인데"…'반값 중개수수료' 기약 없네

박종오 기자I 2015.02.22 17:54:40

소비자는 상한요율 원하고, 중개인은 고정요율 선호
서울시 내달 2일 조례 심의..이번 통과 안되면 봄 넘겨
경기 및 인천 가이드라인 될 듯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봄 이사철을 앞두고 세입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전셋값에 정부가 추진하는 ‘반값 부동산 중개 보수(옛 중개 수수료)’마저 도입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전셋값이 비싼 서울·수도권 거주자들이 새 제도 시행 시기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일정이 가장 앞선 것은 서울시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시의회 임시 회기 중인 다음달 2일 관련 조례 개정안을 처음으로 심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작년 11월 4일 반값 중개 보수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4개월 만이다. 정부 개편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바꿔야 시행할 수 있다. 김미경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이사철이 다 가기 전에 시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개정안 통과를 서두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시작되는 다음달 초 서울시의회가 ‘반값 부동산 중개 보수’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 일대에 저가 중소형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다. [사진=이데일리DB]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정부 권고안대로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주택 매매 중개 보수를 현행 거래가격의 0.9% 이내에서 0.5% 이내 △3억원 이상~6억원 미만 전·월세는 0.8% 이내에서 0.4% 이내로 인하하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서울시내 전세 아파트(100가구 이상 단지) 중 3억원이 넘는 주택은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반값 중개 보수를 도입하면 서울시내 전세 아파트 세 집 중 한 집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전셋집 중개료는 최고 24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줄어든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내 3억원 이상 전세 아파트도 전체의 12.2%로 전국 평균(6.7%)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심의의 관건은 소비자와 중개인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중개료 인하 폭을 낮추거나 기존 ‘상한 요율’을 ‘고정 요율’(매매 9억원·임대차 6억원 이상 제외)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개인과 소비자가 협의해 수수료를 깎을 수 있었던 것을 무조건 정해진 요율대로 내라는 것이다. 앞서 경기도의회도 협회를 의식해 고정 요율을 도입하려다가 정부와 시민단체 반발에 부닥쳐 보류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아직까지 의원들 간 이견이 첨예해 이달 말 간담회에서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값 중개료는 서울에서 이르면 오는 4월 2일부터 도입될 전망이다. 다음달 12일 서울시의회 본회의 및 서울시 조례규칙 심의회를 통과할 경우다. 만약 이번에 도입을 보류하면 이사철이 끝난 5월 말~6월 초에나 시행이 가능하다.

이번 서울시 결정이 경기·인천지역에도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회와 인천시의회 모두 3월 10일부터 임시회를 열고 관련 조례 개정안을 본격 심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각 지자체가 중개료 기준을 서둘러 확정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반값 중개료 도입 전이라도 가격 인하 여지가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에서 2013년 3억원이 넘는 전·월세 주택을 거래한 수요자의 58%가 거래가격의 0.4~0.5%를 보수로 부담했다. 중개인과 협의하기에 따라서 지금도 법적 상한 중개료의 절반 정도만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강남구 개포동 K공인 관계자는 “통상 한 중개인과 전속으로 거래할 경우 중개료 인하 폭이 커진다”고 귀띔했다.

이참에 과도한 공인중개사 배출에 제동을 거는 쪽으로 논의를 확산하자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자격증 발급을 남발했다가 주택 소비자를 위한 정책마저 업계의 생존권 반발로 잡음을 빚게 되는 자충수를 뒀다는 주장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 거래가 8년만에 100만호를 넘어섰다지만 체감하지 못한다는 회원이 대다수”라며 “정부가 중개사 과잉 공급을 방치하는 한 중개료 인하 같은 문제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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