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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를 통해 본 3가지 장세 포인트

오상용 기자I 2007.05.28 14:10:38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4개월간 바닥권에서 횡보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28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55만원을 뚫고 내려갔다. 긴 횡보끝 반등은 커녕 한 단계 추락이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8년만에 10% 밑으로 떨어졌다. 시장을 호령하던 기세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 코스피 시장은 삼성전자와 무관하게 조정 하루만에 반등하고 있다.

주식시장 투자전략가들은 "주도 업종의 무게중심이 신경제에서 구경제로, 경제축이 미국 일변도에서 중국과 중동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자동차에 집중됐던 시장의 힘이 분권화되는 단계를 밟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만큼 시장은 안정되고 눈여겨볼 종목도 많아 졌다는 의미다.

◇글로벌 성장축의 다변화..IT 지고 구경제 약진

글로벌 성장축의 다변화.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 국가들이 고성장을 구가하면서 자주 접하게 된 말이다.
 
삼성전자의 `추락`과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의 `비상(飛上)`은 글로벌 경제의 이같은 변화를 반영한다.

매년 10% 넘게 성장하는 중국 등을 중심으로 세계 물동량과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자,  해상 운임료가 오르고 선박 수요가 늘고, 선박 건조에 드는 철강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포스코(005490)현대중공업(009540) 등 중국 경제의 고성장세에 기댄 조선 철강 기계주들이 승승장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반면 신경제의 주축인 IT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소문난 잔치에 그친 윈도비스타 사례에서 처럼 기술혁신은 더 이상 연관산업(메모리)의 폭발적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흐름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는  D램 시장의 경우 공급과잉으로 제품 판매단가가 원가에도 못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005930)의 실적이 부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유동성랠리 아닌 실적장세"
 
그러다보니 최근 장세가 유동성랠리가 아닌 펀더멘털에 기반한 차별화 장세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 파트장은 "중국 경제의 성장세를 테마로 한 중국 관련주들은 무엇보다 실적으로 자신의 주가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조선업체들의 수주소식, 오름세를 타고 있는 해운운임료 등이 조선·해운·철강업체의 목표 주가 상향 행진을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실적 가시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업종은 철저하게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그렇다. 간혹 저가매수가 유입되기도 하지만 단명에 그칠 때가 허다하다.
오 파트장은 "풍부한 유동성이 글로벌 증시 상승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지금 장세가 유동성 랠리가 아닌 펀더멘털(기업실적)에 따른 차별화 장세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효진 굿모닝 신한증권 연구원도 "현재 전세계 주식랠리가 유동성이라는 응원군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시장을 이끄는 동인이기 보다 (시장이 좋아서 따라오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내수성장에 수혜가 예상되는 철강 화학 기계 플랜트 조선 등 성장형 대형주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 분권화..변동성 축소"

투신권의 한 펀드매니저는 "싫든 좋든 시장 영향력 때문에 삼성전자를 바구니에 담지 못하면 불안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난 넉달간 코스피가 1500과 1600선을 차례로 돌파하면서 우리가 얻은 것은 힘의 균형과 변동성 축소"라고 했다. 그 배경에는 `삼성전자=시장`이라는 공식을 깨고 `하나의 종목`으로 신분을 낮춘 삼성전자의 공도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와 반도체 그늘에 가려 있던 종목들이 빛을 발휘기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팽개칠 종목인가"

삼성전자는 내팽겨쳐도 좋은 종목인가.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하반기는 분명 지금 보다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D램 가격 하락으로 감산에 나서는 업체가 등장하고, 삼성전자도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올 만큼 위기의식을 갖고 있어 삼성전자 주가가 지금 보다 더 추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관건은 그간 IT업종을 매집해 왔던 외국인들의 동향. 김 팀장은 "최근 외국인의 IT매수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떻게 나올 것이냐에 따라 중·단기 시세가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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