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기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신변종바이러스연구센터장 연구팀은 이주연 국립보건연구원 신종바이러스연구센터장 연구팀과 인체감염을 유발했던 4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서로 다른 숙주세포 감염 전략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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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는 야생동물과 가축에 널리 존재해 종을 넘어 전파될 가능성도 커 차후에도 팬데믹을 유발하리란 우려가 제기된다.
전염병 연구에는 사람의 장기 구조를 인공적으로 만든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를 주로 쓴다. 코로나바이러스에서도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감염경로나 숙주세포 반응, 잠재적 치료법 개발 연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는 개별 코로나바이러스만 다뤘을 뿐 코로나바이러스 간 감염 메커니즘 차이를 복합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감기 코로나바이러스 등 4종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오가노이드에 감염시켜 숙주와 바이러스 간 상호작용을 종합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우선 인간 기관지를 구성하는 주요 네 가지 세포인 기저세포, 클라라세포, 잔세포, 섬모세포가 온전하게 자라난 기관지 오가노이드를 제작했다. 이후 4종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모두 감염 시 총 세포 수는 감소하지만, 호흡기 점액을 생성하는 잔세포 수는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침입에 대항해 점액을 바탕으로 기도 상피의 면역반응이 일어난다다는 의미다.
각 코로나바이러스가 주로 표적하는 기관지 세포에도 차이가 있었다. 감기 코로나바이러스는 클라라세포를 주로 감염시키는 반면 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섬모세포를 주로 감염시켰다.
연구팀은 4종 바이러스에 대한 숙주의 반응을 확인했다. 바이러스 감염 시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을 증가하지만, 바이러스 감염과 증식을 저지하는 인터페론 유전자 발현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바이러스 증식을 저해하기 위한 전략은 각각 달랐다 감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시엔 소포체에서 유래하는 부적절한 단백질에 대항하는 반응이 주로 작동해 바이러스 증식을 저해했다.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숙주세포가 인산화반응을 매개로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에너지를 조절해서 증식도 저해했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세포는 점액 생산을 조절했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세포 내 중요한 신호전달자인 칼슘이온을 매개한 방어기작이 활성화됐다.
최영기 센터장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치료에서 섬모세포만 중요하게 다룬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클라라세포와 잔세포의 역할이 더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라며 “숙주-바이러스 간 상호작용 및 항바이러스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력을 확장한 만큼, 향후 각 코로나바이러스에 특이적인 표적 치료전략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일 국제학술지 ‘의학바이러스저널(Journal of Medical Vir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