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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난항'..주변 부동산 '썰렁'

신상건 기자I 2014.12.28 16:24:38

코레일-한화컨소시엄 자금 조달 이견에 사업 지연
주변 아파트값 내리막..5년 전 분양가에 매물 쏟아져

△1조3000억원 규모의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이 토지주(코레일)와 사업 시행자간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예정지 전경. [자료: 서울시]
[이데일리 신상건 성문재 기자] 총 사업비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토지 주인인 코레일과 사업 시행자 후보인 한화역사컨소시엄이 개발 자금 조달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어서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마저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제2의 용산역세권 개발처럼 사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모 마감 4개월 지났지만 우선협상자도 선정 못해

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이 지난 8월 마감한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 시행자 공모에는 민자역사 개발·운영기업인 한화역사컨소시엄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아직까지 한화역사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역사컨소시엄은 코레일의 서면심사(계량·비계량)를 통과해 계획대로라면 코레일 내부 심의 절차를 거쳐 지난 9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지난달 사업 시행자로 결정됐어야 한다.

하지만 토지주인 코레일과 한화역사컨소시엄 간 세부 일정 조율과 비용 처리 등에 이견이 생기면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특히 대체 고가도로 신설 등에 대한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코레일과 한화역사컨소시엄간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올해를 넘길 것 같지만, 원만히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도 “협의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늦어지고 있긴 하다”면서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업성 부족에 한차례 실패…개발 방식 변경으로 재도전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2008년 코레일이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과 더불어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추진한 핵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애초 총사업비 1조3000원을 들여 서울역 북부 봉래동2가 일대 5만5826㎡에 지하 6층~지상 40층 규모의 컨벤션센터(오피스빌딩 포함)와 총 923실 규모의 특급호텔 등을 건립할 계획이었다. 이 중 코레일의 소유 토지는 3만1920㎡로 전체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코레일은 사업 초기 인근 옛 서울역사가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층고 제한 등 규제로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2010년 지식경제부 승인을 따내면서 잠시 사업에 속도를 내는 듯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사업성이 떨어진데다 2011년 감사원에서 사업 재검토 통보까지 받았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당시 코레일은 사업부지 대부분인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면 651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401억원 적자를 전망했다. 결국 코레일은 직접 개발 방식에서 공모 개발 방식으로 바꿔 지난 5월 사업을 재추진했다.

◇사업 시행자 선정해도 ‘산 넘어 산’

사업 시행자를 선정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서울역 북부역세권을 가로지르고 있는 고가도로 문제 때문이다. 서울시는 고가도로를 재활용해 공원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물건이 오가는 퇴계로가 막힌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인들은 고가 공원화를 추진한다면 ‘대체 고가도로’를 새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경우 비용은 사업 시행자가 내야 해 부담이 적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가도로를 재활용하는 비용이 400억원 정도 소요되는 데 이 부분은 서울시가 부담할 예정”이라며 “신설될 대체 고가도로 역시 비슷한 규모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 시행자가 선정되면 교통 대책도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주변 아파트값도 약세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고가도로 옆에 있는 ‘LIG서울역리가’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의 경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시점인 지난해 2월 6억4150만원에서 2150만원 떨어진 6억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 ‘삼성사이버빌리지’ 아파트도 전용 114㎡형의 시세가 최근 한 달 사이에 7억2000만원에서 7억15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자칫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처럼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도 물거품이 될까 걱정”이라며 “집주인들이 5년 전 분양가격 수준에서 매물을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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