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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김근수 "교황 방한, 연예인 오는 게 아니다"

김용운 기자I 2014.07.26 12:00:00

신간 '교황과 나' 낸 가톨릭 평신도
'해방신학'통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의미 살펴
교황의 인간적 매력보다 메시지·지향점 주목해야

최근 ‘교황과 나’를 출간한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교황의 개혁적 행보를 들어다보고 보수화돼 가는 한국 천주교회에 지침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메디치).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교황 방한이 마치 유명 외국 연예인이 오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교황은 연예인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 지향한 것이 무엇인지를 주목해야 한다.”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54) 씨는 교황 방한에 대해 우려의 말부터 꺼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늘 가난한 사람들 옆에 있었고 추기경에서 교황이 된 이후에도 검소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무엇보다 교회와 사회의 개혁을 요구하고 실천하고 있다. 과연 한국사회는 이런 교황의 메시지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교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관련 서적이 봇물을 이루고 매스컴은 프란치스코 교황 특유의 파격적인 언행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마르코 복음 해설서인 ‘슬픈 예수’와 마태오 복음 해설서인 ‘행동하는 예수’를 통해 일약 가톨릭의 주요 필자로 부상한 김씨는 ‘교황과 나’(메디치)를 내놨다. 가톨릭 내 교황의 위상과 역대 개혁적인 교황들이 등장했던 시대배경을 담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학적인 지향점과 보수화돼 가는 한국 천주교회에 대한 비판을 썼다. 부제가 ‘개혁가 프란치스코와 한국’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김씨는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1997년부터 3년간은 엘살바도르에서 혼 소브리노 중앙아메리카대 교수로부터 해방신학을 사사했다. 해방신학은 성서를 ‘가난한 사람’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씨가 ‘교황과 나’를 쓴 계기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과 관계가 깊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2013년 3월 자진 사임한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에 이어 남미 출신 최초의 교황이 됐다. 베르고골리오 추기경은 교황 선출 후 가난한 이들과 평생 함께한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자신의 새 이름으로 정했다. 이후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며 가톨릭 내부의 쇄신과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또한 신자유주의시대 양극화와 빈익빈 부익부 등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해 세계적인 인물로 부상했다. 여기에 소탈하고 검소한 생활과 격의 없는 소통으로 새로운 교황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김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순히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세상에 왜 가난이 만연하는지 그 원인을 우리에게 묻고 있다”며 “보수적인 이들이 교황을 단순히 인상 좋은 종교지도자 이미지로 고착해 옥죄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출현이 시대의 흐름이고 가톨릭의 자기쇄신 과정이라고 역설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스스로 물러난 것에 대해 “가톨릭 내 보수주의자들이 세상문제를 자신들의 힘으로는 더이상 해결할 수 없다고 인정한 뒤 그 해결을 위해 진보파에게 권력을 넘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가톨릭은 중세를 지배하다가 루터의 종교개혁과 근대 시민혁명 등으로 교세가 위축됐다. 또 산업혁명과 공산주의의 발현으로 위기에 처했다. 이때 레오 13세와 요한 23세 등 개혁적인 교황이 등장했고 특히 1960년대 제2바티칸 공의회 등으로 그간의 ‘적폐’를 청산하고 보다 열린 종교로서 발걸음을 내딛었다.

김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선 인간적인 매력 외에 그가 교회와 세상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키려 하는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사제가 된 이후 줄곧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위해 헌신하고 나아가 잘못된 사회구조에 대해 거침없이 목소리를 높인, 교회 내 진보세력의 대표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 교황의 방한에서 무엇을 읽어내야 할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기가 높은 건 단순히 믿음만을 강조하지 않고 가난한 예수가 살았던 삶을 교황 자신이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의 방한을 통해 부자들이 많아지고 권력과 결탁하려는 한국 교회와 세속의 부귀영화에 안주하려는 성직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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