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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아끼고 보유세 2000만원 절감…"파느니 증여"

황현규 기자I 2020.03.26 06:30:18

공시가격 상승에 보유세 폭탄
양도세가 증여·취득세보다 커
증여시 보유세도 크게 줄어
매매 '버티기' 늘 듯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등 2채를 보유한 64세 A씨는 집을 팔아야 하나 증여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내야하는 보유세가 지난해보다 대략 2000만원 늘어나서다.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고가 주택을 가진 다주택자들의 ‘세금 계산기’가 바빠졌다. 올해 고가아파트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추가로 인상할 계획이어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200만명…증여로 보유세 2000만원 절감

올해 1월1일 기준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14.75%로 13년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시세 9억원이상 아파트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21.15%로 나타나면서,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크게 커졌다. 즉 보유세 부담도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지난 12·16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율(종부세)을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한해 0.2~0.8%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내용을 담은 세법이 국회를 통과할 시 다주택자들의 세부담은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에서 집계한 다주택자는 219만 2000명이다.

다주택자들은 보유세를 줄이기위한 방법으로 ‘매매’가 아닌 ‘증여’를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매 시 양도소득세 부담이 큰데다 증여를 하면 보유세 부담도 줄일 수 있어서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25일 이데일리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권 및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아파트 다주택자가 부부 간 증여를 할 시 보유세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경우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아내에게 증여할 경우 보유세 약 3767만원에서 약 1206만원으로 2000만원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부간에는 6억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되는 등 절세 혜택도 볼 수 있다.

물론 증여 시 증여세와 취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마포래미안푸르지오(시세 15억원)를 배우자에게 증여할 시 약 2억 6000만원이 취득세와 증여세로 부과된다.

그러나 이 또한 양도세보다 1억원가량 낮은 게 현실이다. 만약 마포래미안푸르지오(2017년 매입)를 6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매했다고 가정하면, 양도세는 3억 283만원에 달한다.

우 팀장은 “매매를 통해 얻게 되는 현금도 결국 나중에 가족에게 증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추후에 내게 될 증여세를 당겨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도세가 취득·증여세보다 크기 때문에 매매시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예상보다 매물 적게 나올 수도…증여 느는 중

실제로 12·16 대책 이후 증여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 1만 7545건 중 증여는 1632건으로 15.5%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증여 비중이 7.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2배 넘게 뛴 것이다. 2월 증여 건수도 1347건으로 전체 거래건수(1만 6515건)의 8.1%를 차지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사진=이데일리DB)
결과적으로 보유세 부담에도 아파트 매물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 중 매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2월 77.1%에서 올 1월 59.7%, 2월 57.6%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매매건수도 같은 기간 1만 4117건, 1만 491건, 9522건으로 감소하고 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와 관망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주택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자산 중 하나”라며 “소비자 심리상 보유세 폭탄에도 주택을 팔기보다는 증여나 ‘버티기’ 등의 방식을 취하는 다주택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매매 할 시에도 ‘양도세’가 발생해 부담스러운 것은 매한가지”라며 “양도세를 획기적으로 줄여주지 않는다면 매물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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