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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불황에 '등산복' 벗고 길거리로

염지현 기자I 2015.09.02 08:28:47

아웃도어 시장 정체기, 브랜드 방향 선회
활용도 높은 캐주얼·스포츠..생활 패션으로 눈길
차별화 관건, 실패하면 정체성만 훼손 우려도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등산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캐주얼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생활 패션 브랜드로 돌아선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케이프(왼쪽)와 코오롱스포츠.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일상 생활에서 착용 가능한 캐주얼, 스포츠 등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자 기능성 등산 제품 외에도 도심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거리 패션을 늘려 수익원을 다각화하겠다는 취지다.

패션그룹형지는 지난 7월 아웃도어 부문을 스포츠 사업부로 개편하고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케이프’와 ‘와일드로즈’의 노선을 변경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노스케이프는 등산 등 정통 아
패션그룹형지는 지난 7월 아웃도어 부문을 스포츠 사업부로 변경하고, ‘노스케이프’(사진)와 ‘와일드로즈’의 아웃도어 제품 비중을 낮추기로 했다. (사진=패션그룹형지 홈페이지)
웃도어 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스포츠, 캐주얼 제품의 비중을 40% 대로 높인다. 와일드로즈 역시 내년까지 아웃도어의 비중을 40%로 낮추고, 나머지 60%를 캐주얼과 스포츠 의류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강종헌 형지 홍보팀 과장은 “아웃도어 시장은 침체되는데 브랜드가 너무 ‘등산’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어 변화를 모색하게 됐다”며 “일상생활에서 활동적으로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대거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가 전개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역시 가을·겨울(F/W) 시즌부터 라이프스타일(생활 패션) 브랜드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브랜드 변화에 맞춰 편안한 느낌의 배우 송중기를 전속 모델로 발탁했다. 윤재은 코오롱스포츠 총괄 본부장은 “송중기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고한 변화를 시도하는 코오롱스포츠와 만나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마모트’ 역시 도심에서 입을 수 있는 생활 패션 비중을 크게 늘렸다. 전속모델 소지섭이 찍은 가을 화보는 ‘차가운 도심의 골목길 사이로 부는 강한 바람에도 입을 수 있는 다운 재킷’을 주제로 촬영이 진행됐다. 일상 생활에서 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에 기능성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세정의 ‘센터폴’, 네파의 ‘이젠벅’,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살로몬’ 등이 생활 패션 브랜드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들의 선로 변경은 정체기에 접어든 시장 상황 때문이다. 지난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7조2000억원으로 의류 시장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점유율이 30%를 넘어섰던 지난 2012년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크다.

이렇듯 아웃도어 업체들의 이탈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기존에 갖고 있던 브랜드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패션그룹형지는 이미 여성 캐주얼 브랜드 ‘올리비아 하슬러’, ‘크로커다일레이디’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와일드로즈마저 캐주얼 라인을 선보이는 셈이 된다. 이 경우 새로 출시하는 상품으로 인해 그 기업에서 기존에 판매하던 다른 상품의 판매량이나 수익, 시장점유율이 감소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제품은 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복종을 다양화하다 보면 연구 개발에 들이는 투자 비용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라면서 “이는 결국 기존 아웃도어 제품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이를 대체할만한 상품군을 개발한다든지, 기존 브랜드와 확연히 차별화되는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하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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