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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카뱅‥외국인 가입자 0명인 까닭

김범준 기자I 2020.09.25 06:00:00

[톡톡!금융]은행 비대면 계좌 개설 시 본인 확인
내국인 주민등록·운전면허증만 가능
외국인등록증 포함 논의 중이라지만
수년째 ''제자리걸음'' 하며 오리무중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한국에 머물면서 대학과 어학원에 출강하는 미국인 린다(가명)씨는 이용이 간편하고 송금 수수료도 저렴하다고 알려진 카카오뱅크를 이용하고자 가입을 시도했지만 이내 거절 당했다. 고객센터에 문의했더니 “시스템상 외국인은 실명 인증 등 본인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국내 거주 외국인 200만명 시대를 맞아 은행 등 금융거래를 이용하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거래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거래에 특화된 인터넷전문은행 이용은 정작 2017년 출범 때부터 여전히 막혀 있다. 카카오뱅크 가입자는 1300만명을 돌파했지만, 이 중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또다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역시 마찬가지다.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과 달리 ‘주민등록증’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등 유관부처와 협업을 통해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으로 스크래핑 인증을 할 수 있는 ‘금융기관용 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 시스템을 만들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이 이용자 신원 및 신분증 위·변조 확인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문제는 이 서비스에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여권’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발급하는 ‘외국인등록증’ 등 기타 신분증은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오로지 한글 이름으로 된 내국인 만 17세 이상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인터넷은행 이용에서 배제된 것이다.

(사진=독자 제보)
그나마 시중은행은 지역 영업점에서 외국인들에게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거주사실확인원, 재직(재학)증명서 제출 등 신분 확인 절차를 통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입출금 계좌를 개설해준다. 한번 근거 계좌가 개설되면 내국인과 같이 해당 은행의 인터넷뱅킹 및 스마트(모바일)뱅킹에 가입할 수 있고, 모바일 이체·출금 등 거래와 예·적금 상품 가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 없이 계좌 개설부터 모든 과정이 앱을 통한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러한 대면 보완 과정도 거칠 수 없다. 따라서 국내 거주 외국인은 한국 국적을 취득해 주민등록증을 얻기 전까지는 현재로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이용할 방법이 없다.

지난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때부터 고객센터에 문의가 많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외국인 거주자들이 늘면서 이용 문의도 늘고 있지만 시중은행과 달리 영업점이 없는 100% 비대면 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고객들을 심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비대면 인증 절차에 대해 금융당국과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편의를 위해 금융기관용 신분증 진위확인 서비스에 외국인등록증을 포함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해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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