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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요금 인상 한달..택시회사·개인택시만 웃었다

이승현 기자I 2013.11.13 07:30:00

요금인상 뒤 승차거부 건수 전년대비 14.4%↓
법인택시 기사들 "손님 줄고 사납금 올라 죽을 맛"
사납금 인상으로 택시회사 수익은 10%가량 올라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유선준 기자] 서울시가 택시요금 인상을 단행한 지 한달이 지났다. 요금 인상에 이은 강력한 단속에 힘입어 승차 거부는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불친절, 난폭운전, 차내 흡연 등 고질적인 서비스 불만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택시업계는 명암이 엇갈렸다. 요금 인상에 따른 수혜를 고스란히 입은 개인택시 기사들은 희색이 만면한 반면 법인택시 기사들은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서 사납금까지 올라 손에 쥐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기본요금과 거리당 요금을 올리고 시계외 요금을 부활시키는 등 택시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서울시 집중 단속에 승차 거부 14.4% 줄어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요금 인상이 단행된 10월 12일부터 이달 6일까지 다산콜센터에 접수된 택시 승차 거부 건수는 8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45건)에 비해 14.4%(151건) 줄었다. 서울시는 실제 택시 승차 거부 건수는 선고 건수의 10배수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요금 인상보다는 강력한 승차 거부 단속이 부분적이나마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택시요금 인상 후 승차 거부 등 불친절 서비스가 줄어들었다”며 “승차 거부에 대한 단속 및 계도 등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체감온도는 낮다. 요금 인상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 것에 비해 택시 서비스 개선은 좀처럼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고등학교 교사 김재정(33·여)씨는 “요금이 올랐는데도 여전히 손님을 골라 태우는 택시를 쉽게 만날 수 있다”며 “승차 거부 단속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회계사 조희성(31)씨는 “직장이 있는 강남에서 늦은 시간대에 택시 기사에게 ‘화곡역’에 가자고 하면 번번히 승차 거부를 당한다”며 “시 외곽지역을 꺼리는 것은 (요금이 올라도)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이 개인택시·택시회사만 배불렸다?

택시요금 인상의 최대 수혜자는 개인택시 기사들이다. 요금 인상분이 고스란히 수익으로 남기 때문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법인택시 기사들보다 개인택시 기사들의 금전적 여건이 나아진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택시회사 또한 요금 인상에 따라 사납금을 올린 덕분에 수익이 늘었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사납금이 오르면서 요금 인상 전에 비해 수익규모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전반적으로 10% 정도 수익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법인택시 기사들은 요금 인상으로 회사에 내야 할 사납금만 늘어났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인 정모(64)씨는 “기사들은 달라지지 않은 형편에 힘들어 하고 손님들은 요금이 올랐는데도 택시가 여전히 불친절하다며 불만스러워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법인택시 기사 김준빈(35)씨는 “요금 인상에 심야버스까지 운행하니 손님이 확 줄었다”며 “심야버스는 택시 기사들을 죽이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택시업체와 택시 노동조합들은 지난 8월 사납금 인상분 2만5000원 가운데 85%(2만1250원)을 운전자 처우 개선에 사용토록 합의했다. 그러나 많은 법인택시 기사들은 이 합의가 제대로 지켜질 지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서울에는 법인택시가 2만2787대, 개인택시가 4만9416대가 운행 중이다. 서울시 윤 본부장은 “법인택시 기사들의 월급도 노사 임단협을 통해 오를 것”이라며 “서울시가 제시한 월급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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