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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이어온 덕적도 섬마을 '해군 방과 후 수업'

김관용 기자I 2016.09.18 10:03:44

해군 2함대 덕적도 기지 장병들, 섬 학생들에게 재능기부
학원 없는 섬마을에 수능 입시교육 실시
배드민턴·기타·바둑 등 방과 후 교육도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학원 시설이 없는 섬마을 학생들을 위해 12년째 방과 후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해군부대가 있다. 해군2함대사령부 예하 덕적도기지 장병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덕적군도(群島) 유일의 학교인 덕적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12년째 매주 목요일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해군 덕적도기지 장병들이 방과 후 학습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평소 주민들과 서로 돕고 사는 해군 장병들은 학교 외에는 아무런 학습시설이 없는 덕적도 학생들을 위해 부대근처 교회에서 국어·영어·수학 등 입시 과목 위주로 방과 후 학교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이후 입소문이 나고 점차 인기가 높아지자 2010년부터는 매주 목요일마다 덕적 초·중·고등학교를 장병들이 직접 방문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덕적도에서 교육 재능기부활동을 펼치는 해군2함대 덕적도기지 장병들 모습 [해군 제공]
국어·수학·한국사 등 수능과목은 21세 동갑내기들인 성균관대 출신 송병진·강성원·도창훈 상병이 맡아 수능 1등급 노하우를 살린 족집게 강의를 한다. 공군 기상대에 근무하고 있는 서울대 출신 양상민 상병도 동참하고 있다.

전국대학 배드민턴 대회 우승자인 김우진(20) 상병은 배드민턴을 가르친다. 밴드 경력 7년차인 서경환(21) 상병은 기타를 가르치고 있다. 아마추어 바둑 3급 실력자인 김도혁(21) 병장이 여는 바둑교실에도 수강생이 몰린다. 중학교 3학년인 추혜인(15) 학생 등 중·고교생 6명은 목요일만 오기를 기다린다. 명지대 시각디자인학과 출신 지창현(21) 병장의 미대 입시교육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전교생이 84명인 덕적 초·중·고교에서 초등학생을 제외한 중·고교생 60여명 중 44명이 해군 선생님들의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학교 선생님이 진행하는 방과 후 학습을 받는다. 현재 해군 수병 선생님들은 모두 16명이나 된다. 이들 중 13명은 ‘서해수호자’들이다. 해군 장병들은 보통 함정이나 도서지역에서 6개월 임무수행을 하면 육상기지에서 근무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계속해서 함정과 섬에서 복무하고자하는 장병들을 해군 2함대는 ‘서해수호자’로 임명한다.

2함대 덕적도기지장 이종훈 중령은 “방과 후 수업 재능기부 활동은 장병들이 자원해서 12년째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봉사활동으로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군인정신과 인성함양에 큰 도움이 된다”며 “농번기 일손 돕기와 환경정화 활동, 섬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목욕탕 운영 등 지역 주민들과 부대원들이 함께 사랑을 나누며 애민정신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해군2함대 덕적도기지에서 근무하는 임유택 병장이 덕적중 학생들에게 바둑강습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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