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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러 안내서]길고양이와 좋은 이웃으로 지낼 묘책은

양지윤 기자I 2020.02.15 08:41:00

길고양이, 도심 생태계 일원이지만 일부에선 불청객 취급도
중성화, 길고양이와 공존할 대안
서울시 올해 1만1천마리 길고양이 중성화…시민 자원봉사도 가능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저에겐 스트릿 출신의 가족이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초겨울 가족이 된 ‘두리’라는 고양이입니다. 두리와 함께 산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저의 반려묘(猫) 두리입니다.(사진=양지윤 기자)


제가 두리와 만나게 된 것은 한 온라인 고양이 카페를 통해서였습니다. 새 가족을 찾을 때까지 구조한 길고양이를 잠시 돌봐달라는 글을 보고, 임시보호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잠시 돌봐주려던 계획은 며칠 만에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붙임성 좋고 애교 많은 녀석을 차마 떠나보낼 수가 없었거든요.

두리처럼 반려묘로 살아가는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도심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번식기에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거나 쓰레기 봉투를 뜯는 일 때문에 일부에선 불청객 취급을 당하기도 하죠.

반려묘 두리가 중성화 수술을 마친 뒤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사진=양지윤 기자)


길고양이 중성화(TNR)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 중 하나입니다. TNR은 포획(Trap)-중성화수술(Neuter)-방사(Return)의 약자로, 길고양이를 포획해 생식기능을 없애는 수술을 한 뒤 방사하는 걸 뜻합니다. 중성화 수술 때 고양이 왼쪽 귀 끝을 1㎝ 정도 잘라 표시하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중성화하지 않은 길고양이와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길고양이 1만1000마리를 중성화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우선 서울시 25개 자치구 사업으로 1만50마리를 중성화할 계획입니다. 길고양이 중성화 신청을 원하는 시민은 120 다산콜세터나 각 구의 일자리경제과, 지역경제과 등 동물 관련 부서에 연락을 하면 됩니다. 이를 접수한 구청은 위탁업체를 통해 길고양이 포획, 중성화, 방사를 진행하는데요. 중성화 수술을 받은 수고양이는 24시간, 암고양이는 72시간 뒤 원래 살던 곳에 데려다 준다고 합니다. 수술 후 방사가 빠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최임용 서울시 수의공중보건팀장은 “그 정도 시간이면 길고양이의 건강에 무리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소견”이라며 “안심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의료진이 길고양이 중성화를 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시민참여형 사업도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고양이를 뜻하는 ‘캣’과 엄마인 ‘맘’의 합성어)의 도움을 받아 중성화도 진행합니다. 캣맘들은 길고양이 서식정보를 잘 알고 있어 군집별 집중 중성화가 가능하고요, 주 번식개체인 이른바 ‘대장 고양이’의 포획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네요. 또한 중성화한 길고양이를 방사한 뒤 생존여부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서울시는 올해 4회에 걸쳐 ‘고양이 중성화의 날’을 시행합니다. 캣맘과 수의사 등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총 200여마리의 길고양이를 중성화할 예정입니다.

다만 정확한 날짜는 자원봉사자들이 일정을 조율한 뒤 공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정도 맞춰야 하지만 무엇보다 수술 장소를 구하는 일도 중요한데요. 아무래도 여러 마리의 길고양이를 수술해야 하다보니, 건물주분들이 선뜻 동의해주지 않는 점은 고충이라고 하네요. 올해는 부디 수술공간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서울 관악구가 지하철2호선 서울대입구역 플랫폼에 길고양이 인식개선을 위한 광고를 낸 모습.(사진=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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