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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우리 軍 위상에 먹칠하는 장군들

김관용 기자I 2024.05.22 06:15:00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필자가 늘 아쉬워하는 점은 우리 군이 감당하는 국가안보에 대한 기여와 헌신에 비해 충분한 예우와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도 달라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군을 대표하는 이들이 존경받을 만한 행동을 해야 한다. 특히 언론에 노출되는 군 지휘부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관건이다. 군 지휘부가 존경받을 만한 언행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군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에서 군 지휘부와 관계자들이 보여준 행태는 국민에게 불신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은 국방부가 얼마나 국민과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철거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보기에 따라 다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방부가 국민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가 있다면 왜 2018년 설치 당시에는 제대로 반대하지 않았는지, 해군이 보유한 홍범도함의 이름은 유지해도 되는지, 교육관 앞에는 안 되는데 교정의 다른 장소는 가능한지에 대한 주장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작년 9월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60%가 넘는 국민들이 흉상 이전을 반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찬성 여론은 25% 내외에 불과했다.

채상병 죽음과 수사에 관련해서 해병대 지휘부가 보여준 모습은 안타까울 정도다. 상부의 명령에 따라 현장에 투입된 대대장 2명만 보직해임된 상황이다. 그러나 지휘책임이 있는 임성근 사단장은 끝까지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 부하들의 인생이 끝장나는데 자신은 살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채상병과 함께 근무하다 전역한 한 해병대원은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보여주기식 작전을 하다가 부하를 잃었는데 잘못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윗사람들을 보며 끈끈한 전우애란 다 말뿐인 거란 걸 알았습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석연치 않은 태도도 실망스러웠다. 상부의 지시를 따르느라 자신의 부하를 내팽개쳤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총선 이후 장병들에게 보낸 지휘서신에서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고 했다. 지휘관은 결단하는 자리지 고뇌하는 자리가 아니다. 어설픈 조직 논리가 사실상 해병대의 조직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결과를 가져왔다. 창군 이래 해병대가 이렇게 분열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신전력 교재건도 마찬가지다. 교재 내용이나 제작과정에 대한 작지않은 논란이 있었고, 배부된 교재를 전량회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감사결과는 경고 2명, 주의 2명에 그쳤다. 사실 경고와 주의는 징계도 아니다. 경고와 주위는 “비위 정도가 경미하여 징계책임을 물을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 하는 것이다. 징계를 엄히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국방부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하다.

국민적 실망의 정점에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있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채상병 특검법의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책임있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혀 당당하지도 않다. 호주 대사로 발령받아 출국하는 모습은 마치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다. ‘이첩 보류 지시’는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으나, 최근에는 자신의 지시가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매우 비겁해 보인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군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기 위해서는 군 지휘부가 헌신적이며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신만 살기 위해 발뺌하거나 어설픈 조직이익으로 사건을 키우는 군대를 존경할 국민은 없다. 군이 진정으로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싶다면, 군 지휘부의 책임윤리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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