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유진 기자I 2011.12.12 08:32:06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이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사진은 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년 반 동안 2개의 병원이 새로운 모습으로 들어섰고 1개 병원은 착공 중입니다. 비국립병원 최초로 대통령 한분의 임종을 지켰고, 국내 최초로 존엄사를 수행했습니다. 변화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변화를 발판으로 남은 임기동안 연구중심병원, 환자중심병원으로 병원을 환골탈태하는데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괄목할만한 외형적인 변화와 끊임없이 이슈에 중심에 서서를 이를 헤쳐나가는 모습에 의료진과 직원들은 `병원 개원 이래 이러한 변화의 시기는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 덕분에 국내 다른 대형병원들에 세브란스병원은 두려운 경쟁상대이자 외국 유수의 병원들에는 새로운 `롤 모델`이 됐다.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이러한 세브란스병원의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을 1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세브란스병원은 수준 높은 미술품이 병원 곳곳에 걸려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 시내 어느 유명한 미술관을 가도 이렇게 좋은 그림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을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책상 한가득 서류들만 놓여 있는 그의 집무실은 그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 수장인가는 단박에 느낄 수 있게 했다.

병원을 산업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으며 ‘영리병원’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변화를 바탕으로 이제는 환자중심병원을 만들겠다는 그의 신념은 재활병원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세브란스 재활병원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합니다. 교통사고나 뇌질환 등으로 장애가 생긴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병원이 세브란스 재활병원입니다. 10층 규모의 재활병원은 시설면에서 이미 국내에서는 비견할 만한 곳이 없고 의료진 수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돈`이 안되는 재활병원 증축도 모자라 로봇 보행 훈련기, 전자기 방식 체외충격파치료기 등 고가의 새로운 치료 장비도 도입한 것은 박 원장의 뚝심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재활병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대형병원의 사회의 환원이라는 역할과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분야던지 선도해야 한다는 생각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암병원도 미국 MD앤더슨, 일본 국립암센터, 시즈오카암센터 등 세계적인 암센터를 벤치마킹해 세계 최고로 지을 생각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4월과 5월에 재활병원과 심장혈관병원이 각각 리모델링과 증축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개원했다. 지하 5층~지상 15층에 연면적 10만4698㎡ 규모로 476병상의 매머드급 규모의 암병원도 2014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변화를 통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의사사회에서 이단아와 같은 박 원장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박 원장은 세브란스병원이 외형적인 변화 뿐만아니라 수술과 진료에서도 변화의 선봉에 서게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5월 병원에서 신우암 진단 후 로봇수술을 받고 회복도중 사망한 고(故) 탤런트 박주아(69·본명 박경자)씨의 사건으로 로봇수술과 관련한 논란에 섰다. 그 이후에 박원장이 직접 나서 간담회 등을 갖고 로봇수술에 대한 진실 알리기에 앞장섰다.

“로봇수술을 가야할 길이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수술분야에 따라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로봇수술 자체의 장점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 수술이든지 합병증은 생길 수 있으며 로봇수술의 안정성에 관한 논문도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 원장은 병원에서 수익성에만 목적을 두고 로봇수술을 하려고 한다는 오해의 시선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로봇수술 집도의사들은 새로운 의학분야를 개척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환자들도 같은 값이면 로봇수술을 하겠다고 하고 외국에서도 우리의 로봇수술을 배우기 위해 오고 있습니다. 로봇수술 기구나 소모품의 국산화, 정부 지원 등으로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의료진이 기술을 발전시켜 의학이 로봇수술로 수술 못할 사람도 할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센터는 2005년 7월 15일 국내 첫 로봇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이후 지난 10월까지 6420건의 수술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연간 수술 건수로는 세계 2위(비공식)이다. 센터는 현재 5대의 다빈치 수술로봇을 보유하고 있고 40명이 넘는 로봇수술 외과 전문의들이 전문 간호사와 함께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매달 150건 정도의 로봇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로봇수술과 같은 기술적인 분야뿐 아니라 연구중심병원으로의 탈바꿈도 상당히 진척이 된 상태다. 올 한 해 동안 망막질환 치료 기술과 줄기세포 원천 기술의 이전료로 각각 60억원과 50억원을 벌어들였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에도 심혈관 치료제 후보 물질 개발 기술을 바이오기업에 이전하는 대가로 150억원을 벌어들인 바 있다. 이처럼 세브란스병원이 지적재산권으로 벌어들이 수익 규모는 다른 대형병원들의 몇십배의 수준이다.

“진료만 가지고는 병원을 유지하기 힘듭니다. 의사들이 진료현장에서 얻은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의료산업화로 연결시키는 `산학협동`이 필요합니다. 교수들의 연구환경 보장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의사들이 활발히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국가의 자금 부분 등에서의 지원도 절실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맨 먼저 가는 사람은 외롭지만 그런 사람이 있었기에 혁신과 창조가 가능했다”며 “세브란스가 현재 걷고 있는 길도 국내 의료계의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원 세브란스병원장은 누구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6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1998년부터 연세의대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연세의료원 기획조정 차장, 용인세브란스병원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임기 2년의 세브란스병원장에 취임했다.

정 원장은 태아 초음파진단 부문 국내 산부인과계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1997년 대한초음파학회 학술위원을 시작으로 2009년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까지 두루 역임했다.

박 원장은 2007년 생후 16일째인 560g의 여아에게 소장 일부를 잘라내는 장 수술과 폐동맥과 대동맥을 이어주는 심장수술을 동시에 시행하고 치료하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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