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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최우수작 ②]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

김용운 기자I 2015.01.12 06:41:00

제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클래식부문 최우수작
"우리말 음성학까지 고려한 아리아"
제작부터 홍보까지 체계적 구성
완성도 높은 초연 무대 구현

제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클래식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서울시오페라단의 ‘달이 물로 걸어오듯’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작품에 대한 열정과 치밀한 준비가 명품을 만들었다. 제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클래식부문 최우수작으로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이 선정됐다. 지난해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된 서울시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다.

작품은 쉰 살이 넘도록 혼자 살다 술집 여종업원 경자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 트럭운전수 수남이 계모와 의붓여동생을 살해한 경자를 대신해 살인죄를 뒤집어쓰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내용은 지극히 통속적이지만 한국 창작오페라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 오페라 창작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제작된 완성도 높은 공연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연극계에서 선 굵은 위치를 확보한 고연옥 작가의 대본에 작곡가 최우정이 곡을 붙였다.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장이 예술총감독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 지휘자를 역임한 윤호근이 오케스트라를 가다듬었다. 연출은 2008년 일본서 연극으로 이 작품을 올렸던 사이토 리에코가 맡았다. 경자 역에는 소프라노 정혜욱·장유리, 수남 역에는 바리톤 염경묵과 베이스 바리톤 김재섭이 나섰다.

‘달이 물로 걸어오듯’의 강점은 제작과정이 치밀했다는 점. 이 단장은 2012년 오페라의 체계적인 창작을 위해 ‘세종카메라타’를 결성했다. 카메라타는 16세기 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고대 그리스 연극을 연구하며 오페라를 만든 학자·시인·음악가의 모임. 세종카메라타는 이를 벤치마킹해 이 단장을 중심으로 작곡가 4명과 희곡·극대본 작가 4명이 각각 쌍을 이뤄 창작오페라 제작에 돌입했다. 2013년 리딩공연에서 4편을 선보였고 이중 ‘달이 물로 걸어오듯’을 첫 작품으로 결정했다. 이후 1년여간의 준비를 거쳐 지난해 11월 드디어 초연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심사위원단은 “그간 창작오페라가 계속 만들어졌지만 ‘달이 물로 걸어오듯’만큼 제작부터 홍보까지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없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아무리 제작시스템이 모범적이어도 작품성이 떨어지면 수상작으로 선정되긴 어려웠을 터. 심사위원단은 “초연임에도 한 번의 실수도 없었던 완성도를 비롯해 우리말의 구조와 음성학까지 고려한 아리아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창작열을 불태우는 예술가를 격려하는 이데일리 문화대상의 취지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한편 클래식부문 최우수작 선정 후보에는 ‘달이 물로 걸어오듯’을 포함해 지난해 관객과 만난 총 8편이 올랐다.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 ‘러시아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내한 리사이틀’ ‘정명훈과 바그너: 라인의 황금’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와 스위스이탈리안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도이치카머필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체코필하모닉 내한공연’ 등이다. 이들 중 특히 ‘마리스 얀손스…’와 ‘러시아 피아니스트…’ ‘정명훈과 바그너…’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달이 물로 걸어오듯’만큼 고른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편집자주

지난 한 해 치열하고 뜨거웠던 공연예술계가 마무리됐다. 제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이 연극, 클래식, 무용, 국악·전통, 뮤지컬, 콘서트 등 6개 부문별 최우수작을 선정했다. 지난 8일 이데일리 문화대상 심사위원단은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1년을 결산하는 심사위원회를 열고 3시간가량 이어진 열띤 토론 끝에 6개 각 부문에서 2014년을 빛낸 가장 의미있는 한 작품씩을 가름했다. 이날 선정한 최우수작 중 한 작품은 역시 심사위원투표와 일반인이 참여하는 온라인투표 등을 거쳐 대상의 영예를 차지하게 된다. 한편 대상 발표·시상과 더불어 6개 부문별 최우수작을 시상하는 제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시상식은 오는 2월 2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제2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클래식부문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서울시오페라단의 ‘달이 물로 걸어오듯’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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