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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人시대]③한 대가 두 사람 몫 '무인계산기' 자영업자 인기

김용운 기자I 2017.08.08 06:00:01

최근 '무인계산기' 도입한 식당 속속 등장
'무인계산기' 한 대로 주문과 계산 동시에 두 사람 몫
최저시급 인상 이후 설치 문의 늘어

사진=김용운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도봉구 쌍문동 이면도로 상가 2층에서 16.5㎡(5평) 규모의 베트남 쌀국수집을 낸 박모(61)씨는 사실상 혼자 식당을 운영한다. 직접 주방을 보는 박씨는 손님이 붐비는 시간에 가까운 곳에 사는 딸의 도움을 받을 뿐 따로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두지 않고 있다. 이면도로의 작은 식당이지만, 인건비가 거의 나가지 않은 상황이라 수지타산에 문제가 없었다. 박씨가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비결은 다름아닌 ‘무인계산기’였다.

박씨는 “손님이 직접 주문과 계산을 하는 무인계산기 덕에 카운터를 따로 보지 않아도 식당을 운영할 수 있을 듯 해 가게를 차렸다”며 “무인계산기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무인계산기’를 비롯한 각종 무인기계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소규모 식당 창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에게 최근 몇 년새 ‘무인계산기’는 필수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무인계산기’는 일본 등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대학의 구내식당이나 대학가의 가게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직원에게 직접 주문을 받고 계산하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상 대중화 되지
(주)엔이티에서 생산하는 ‘무인계산기’
는 못했다.

하지만 인건비와 임대료등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무인계산기’를 비롯한 무인주문시스템 등이 자영업자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당용 무인계산기 생산업체인 (주)엔이티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매해 문의와 주문수가 배로 늘어나고 있고 최근 최저시급 인상 소식이 일려지면서 문의가 더 많아졌다”며 “소규모 자영업자 분 외에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도 설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계산기’ 설치비용은 종류별로 다르지만 150만원에서 600만원 수준이다. 최근 IT기술이 발전하면서 개당 단가가 낮아졌다.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는다. 주문과 계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두 사람 몫을 한다는 게 ‘무인계산기’ 설치 업소 점주들의 평이다. 실제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로 1명만 고용해도 한달에 150만원 가량 인건비가 나간다. 300만원대의 무인계산기 1대만 놓아도 두 달이면 기계값을 뺄 수 있고 이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최근의 ‘무인계산기’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관리도 수월해졌다. ‘무인계산기’ 외에도 실생활에서는 ‘무인코인노래방’이나 ‘무인주차장’ 등 이미 여러 분야에서 무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직도 대면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 무인계산기가 전면적으로 도입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 강남역에서 직원 2명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최근 강남역 일대에 들어서는 프랜차이즈 식당 가운에 무인계산기를 놓은 곳이 많아졌다”며 “인건비 절감차원에서 무인화하는 것이 맞겠지만 단골 장사를 하는 식당들은 손님과 대면 서비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뜻 무인화를 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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